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화제 속에 종영했습니다. 국극.. 혹은 창극. 창(노래)과 극이 함께 있다. 요즘 말로 푼다면 국악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때마침 국립창극단이 공연 중인 창극 ‘이날치전’을 보고 왔습니다. 심청전, 춘향전, 흥부전처럼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한 제목이 아닌 주인공이 이날치인 이야기라..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범 내려온다’라는 음악의 아티스트가 ‘이날치’였습니다. 사람 이름이 좀 특이하다는 생각과 함께 밴드 리더 이름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알고 보니 ‘이날치’는 실존인물로 조선 후기 8대 명창 중 한사람이었다는군요. 그 시대 유명한 국민가수였던 것이죠. 그래서 21세기의 판소리를 하면서 그분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음악을 하고자 밴드명에 그분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 밴드 ‘이날치’였습니다.
그렇다면 21세기 음악계에 떠오른 이 이름의 진짜 주인공의 인생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창작 창극으로 만들어져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창극 ‘이날치전’. 이날치의 본명은 이경숙이지만 소리를 하기 전에 줄타기 광대였던 그는,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하여 ‘날치’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1막은 날치의 줄타기로 시작합니다. 전문 줄타기 배우가 이 부분만 대놓고 대역으로 출연해서 연기를 펼치는데요, 너무나 멋진 줄타기는 절로 박수를 부릅니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버나돌리기나 상고돌리기등의 연희무대들을 보면서 잠시 조선판 태양의 서커스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날치는 머슴으로 태어나 줄타기 광대가 되었다가 적잖은 나이에 소리꾼이 되어 신분의 굴레까지 벗게 되었다는데요. 그는 소리를 잘하기 위해서라면 나이가 적은 스승에게도 배움을 청하였고, 새소리를 기가 막히게 잘 내었다는 것을 보면 새에게도 배움을 청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진취적인 그의 인생은 150분 동안 창극을 처음 접하는 저 같은 초보 관객도 빠져들 수 있도록 현대적인 감각과 유머센스를 장착하고 무대 위에서 펼쳐집니다. 기존의 판소리 곡 외에 새로이 만들어진 음악도 좋고요. 2막에는 오디션 프로그램마냥 소리 배틀과 함께 관객의 박수 참여로 우승자를 뽑는 구성도 재밌습니다. 좋은 공연은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고 21일까지 8일간의 공연은 전석 매진되었다는군요. 지난달 영국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창극 ‘리어’로 공연하고 돌아왔다는 국립창극단. 다음 공연이 무조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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