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팀이 손꼽는 경계대상 1호, 그렇기에 ‘게임 체인저’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선발투수 곽빈(두산)을 향한 평가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베테랑 잠수함 고영표(KT)와 함께 현시점 마운드의 양대 기둥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에는 이 둘을 비롯해 임찬규(LG), 최승용(두산)까지 선발 투수는 단 4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 명 한 명의 어깨가 무겁다.
곽빈의 존재감은 단연 묵직하다. 해외에서도 집중 조명할 정도다. 대만 매체 ‘리버티타임즈’는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는 곽빈”이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일본 스포츠웹진 ‘스포츠나비’도 주목했다. 지난해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의 강렬했던 모습을 소환했다. 그도 그럴 게 당시 곽빈은 ‘숙적’ 일본에 맞서 대회 결승전 선발로 등판해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바 있다.
입단 7년차가 된 곽빈, 기량은 더욱 원숙해졌다. 시속 150㎞를 가볍게 넘기는 강속구를 토대로 올 시즌도 눈부신 성과를 이어갔다. 원태인(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다승 1위(15승)에 올랐다. 무려 7년 만에 나온 KBO리그 토종 다승왕이다.
올해 정규리그 최종 기록은 30경기 동안 167⅔이닝을 던져 15승9패 154탈삼진 평균자책점 4.24다. 2022년(147⅔이닝)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규정이닝을 돌파하는 저력도 선보였다.
소속팀 두산의 선발진을 외롭게 지탱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 외국인 투수 넷의 승수를 합쳐도 곽빈을 넘지 못했다. 부상 및 부진에 시달린 브랜든 와델(7승), 라울 알칸타라(2승), 조던 발라조빅(2승), 시라카와 케이쇼(2승) 등은 단 13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야구전문통계웹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곽빈의 올 시즌 대체 선수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5.00으로 팀 내 1위다. 그 누구보다 ‘고군분투’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윽고 마주한 가을은 시릴 정도로 추웠다. 지난달 2, 3일 홈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WC) 결정전, KT 상대로 두 경기(0-4, 0-1)를 무기력하게 내주면서 포스트시즌(PS)에서 조기 탈락했다. 2015년 WC 제도 도입 후 정규리그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가운데 두산의 에이스 곽빈은 1차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안고 말았다. 지난해 WC 결정전에서도 NC를 만나 3⅔이닝 5실점 부진했기에 그 아쉬움이 진했다.
한 달여가 흐른 지금, 곽빈은 다시 한번 증명의 장에 선다.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는 매 경기 중압감으로 넘쳐난다. 큰 무대인 만큼, 가을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장성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또한 “수많은 선수 가운데서 (곽빈이) 류중일호 마운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APBC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한일전 역투를 펼쳤다. 그 모습을 재현한다면 대표팀에도 분명히 큰 힘이 된다. 곽빈이 ‘가을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대표팀 선발진 중심에 설 수 있을까. 모두의 이목이 그를 향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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