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의 반란, 완벽한 결말로 이어졌다.
프로야구 KIA는 3일 “이범호 감독과 계약기간 3년 총액 26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5억원·옵션 6억원)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현역 감독 최고액. 2024 KBO 한국시리즈(KS) 무대에서 삼성을 4승1패로 제압하고 ‘V12’를 달성한 사령탑을 향한 최고의 선물이다. 이범호 체제에 더 강력한 힘을 부여한 KIA는 이대로 왕조 구축까지 달려간다는 계획이다.
이 감독은 전임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경질된 지난 1월, 2년 9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SSG 이숭용 감독과 함께 10명의 현역 사령탑 중 가장 적은 규모의 계약이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우승감독으로 거듭나며 위상이 수직상승했다. 이번 재계약을 통해 앞선 계약은 파기되며 2025시즌부터 2027시즌까지 팀을 이끌게 된 이범호 감독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3년 24억원에 계약한 이강철 KT 감독과 김태형 롯데 감독을 넘고 현역 감독 최고 대우(옵션 포함)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2019년 10월 김태형 감독이 두산과 체결한 역대 감독 최고 대우인 총액 28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7억원)과는 2억원 차이다.
감독으로서 20억원 이상 계약을 만들어낸 11번째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8년 11월 김성근 전 감독이 SK(현 SSG)와 3년 20억원(계약금 8억원·연봉 4억원)으로 첫 포문을 열었고 선동열, 류중일, 김경문, 김태형, 김기태, 염경엽, 이강철, 이동욱, 김원형 감독이 바통을 받았다. 사상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 감독이 뒤를 잇는다.
따뜻한 소통과 냉철한 강단까지 섞은 ‘형님 리더십’으로 KIA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KS 우승을 견인한 성과다. 이 감독은 1987년 이후 37년 만에 광주에서 축포를 쏘아올리며 홈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도자로서 숱한 기록도 함께 쌓았다. 김응용(1983 해태), 선동열(2005 삼성), 류중일(2011 삼성), 김태형(2015 두산)에 이어 감독 부임 첫 해 KS 우승에 닿은 5번째 감독이 됐다.
선수·감독 모두 KS 우승을 맛본 8번째 인물에도 이름을 실었다. 김재박, 선동열, 조범현, 김태형, 이강철, 김원형, 염경엽 다음이다. 특히 동일 구단에서 동시 우승을 달성한 이는 김태형(OB-두산), 김원형(SK-SSG) 뿐이다. 이 부문 타이거즈 출신 최초라는 구단 역사도 써냈다.
재계약을 마친 이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구단에 감사 드린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신뢰를 보내준 구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서 우승을 결정 지은 그날의 함성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통합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이거즈 팬들의 응원과 성원 덕분”이라며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임기 내에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