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엿한 리더, 든든한 오른팔로.
프로야구 NC를 상징하는 내야수 박민우는 얼마 남지 않은 팀의 창단 멤버다. 휘문고를 나와 2012 KBO 신인드래프트서 1라운드 9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재학, 김성욱과 함께 팀의 출발, 2014년 첫 가을야구, 2020년 첫 우승의 역사를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팀과 함께한 시간은 어느새 10년을 넘어섰다. 그런 그에게 다가올 2025년은 남다른 의미가 담긴다. 정식 주장으로 맞이하는 첫 시즌이다. 그동안 임시주장만 2번을 맡았지만, 웃으며 받았던 완장이 아니었다. 2019년에는 나성범의 부상, 올해는 손아섭의 부상으로 서글픈 중책을 안았다. 혼란을 수습하는 게 그의 한정된 역할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제4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호준 감독이 장고 끝에 그를 정식 주장에 올려놨다. 이 감독은 “(박)세혁이도 정말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민우랑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민우가 저를 더 많이 알고 있지 않나. NC 원클럽맨이고, 젊은 친구들에게도 NC의 문화를 빠르게 이식할 수 있다고 봤다. 세혁이는 그 다음에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뒀다”고 설명했다.
새 감독과 함께 달라진 NC를 만들어야 하는 박민우, 둘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다. 박민우가 프로로 발을 내디딘 2013년, 이호준 감독도 2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NC에 도착했다. 고참과 막내로 시작된 특별한 인연은 이 감독 은퇴 후에는 타격코치와 선수로도 이어진 바 있다. 이 감독이 LG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때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았다.
누구보다 이호준 감독을 잘 알고 있는 박민우는 “감독님이 최고참으로서 항상 강조했던 점은, 유니폼 입고 있을 때 만큼은 팀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기에 나가든 안 나가든 더그아웃에서 팀과 동료들을 응원하고 실수가 나와도 격려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과거의 동행을 돌아봤다. 이어 “잘한 건 다 같이 기뻐하고, 못한 건 다 같이 속상해 해야 한다는 게 가르침이었다. 그런 팀 문화가 정말 좋았다. 최근에는 선수 성향들이 바뀌어가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걸 돌려내고 싶다. 감독님과 잘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간이 지났지만, 사령탑이 원하는 모습은 박민우의 전언 그대로였다. 이 감독은 “게임 출전 여부로 불평·불만이 생기고, 누구 때문에 게임 졌다고 흉보고 하는 팀은 너무 싫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보자고 민우한테 얘기를 했는데, 이런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다 기억하고 있더라. 그거 하나만 강조했다. 팀의 기본적인 룰이며, 지키기 어렵지 않은 약속이다.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호준 감독의 카리스마 속에서 박민우도 남다른 포부를 다진다. “다른 팀 가을 야구를 보면서 작년 생각도 좀 나고, 씁쓸했다. 포스트시즌을 더 치르면 몸은 조금 더 힘들지만, 축제이지 않나. 정말 재밌다. 이번에 경기하는 선수들이 환호하고 소리 지르고 화이팅 하는 걸 보며 부럽기도 했다”고 쓴웃음을 지은 그는 “내년에는 뻔한 얘기지만, 당연히 ‘우리도 가야지’라는 생각 뿐”이라며 당찬 각오를 불태웠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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