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딛고, 새출발의 설렘으로 가득찬 창원이다.
프로야구 NC는 9위로 마감한 2024시즌을 뒤로 하고 변화를 다짐했다. 이호준 감독을 구단 제4대 사령탑에 앉힌 이유다. 구단과 이 감독은 31일 공식 취임식을 갖고, 진정한 새출발을 선포했다. 감독 선임 발표 후, 전화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수장과 선수단도 이날 공식적인 대면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의 표정에도 묘한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다. 이날 이호준호 공식 주장으로 선임된 박민우는 “소문 들을 때는 오실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선수로도, 코치로도 같이 해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보고 배운 선배님이시기에 잘됐다고 느꼈다”고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선수 때 떠올려보면 유머러스하고 장난도 많이 치시지만, 화날 때는 진짜 무섭고 다가가기 힘들기도 했다. 코치 시절에는 조금 유해지시고 어린 선수들과 소통도 하시려 하는 친근한 형 느낌이었다. 감독님으로서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또 바뀌시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일대일 미팅을 마치고 나온 박건우도 “선수 때 접점은 많이 없었다. 제가 프로 들어왔을 때, 거의 최고참이자 대선배 같은 느낌이 강했다. 처음 뵀는데, 포스가 있으시다. 무섭고 엄하실 것 같은 느낌”이라는 대면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지환이나, (김)현수 형한테도 감독님에 대해 물어봤다. 밝게 하는 걸 좋아하신다고, 하던대로 하면 될 것 같다더라. 괜히 신경 쓰며 행동하면 더 싫어하실 것 같다고 해서, 제가 선수니까 그 스타일에 맞추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또 다른 베테랑, 손아섭도 “감독님과 야구를 같은 팀에서 해본 적은 없었지만, 언젠가 한 번은 타격코치님으로라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느꼈다. 이렇게 한 팀에서 같이 야구할 수 있어 굉장히 기대되고 설렌다”는 한마디를 건넸다. 구체적인 이 감독의 이미지를 묻자 “승부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모습들이 멋있었고, 겉으로 봐도 워낙 기(氣)가 있어 보이신다. 제가 생각하던 야구선수 이미지를 갖추고 계신 분이었다. 언젠가는 그 야구관을 배워보고 싶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취임 이후 꾸준히 베테랑들의 역할을 강조해온 이 감독도 “고참들 모두 대화를 나눴다. (손)아섭이는 만나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못 하겠다는 말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지명타자-수비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도 ‘어디든 상관없다. 수비 준비 잘해서 나가겠다’고 해줘서 너무 감사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박건우에 대해서도 “머리를 길러서 연예인인 줄 알았다. 잘생기긴 잘생겼더라”고 웃으며 “건우가 ‘밖에서 비치는 모습은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어른이 돼가는 과정이라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많이 도와주겠다더라. 너무 기뻤다”고 전하기도 했다.
주장과 나눈 대화도 진솔했다. 사령탑은 “하나 정도만 당부했다. 유니폼 입고 더그아웃에 있으면서 불평, 불만하거나 누구를 흉보고, 누구 때문에 게임 졌다는 말이 나오는 팀은 정말 싫다. 출전하든 안 하든 실수하면 다독이는 문화를 만들자고 했다. (박민우도) 기억하더라. 기본적이고, 지키기 어렵지 않은 약속이니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선수단을 향한 당부와 기대를 함께 띄워 보냈다.
창원=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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