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분위기라면 9승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목표는 8승입니다!”
새로운 ‘이정현’의 시대를 연다. 프로농구(KBL)에 이정현은 두 명이다. 삼성에서 뛰는 37세 베테랑 가드 이정현과 소노에서 뛰는 25세, 4년 차 이정현이 있다. 둘을 구별하기 위해 삼성 이정현은 ‘큰정현’, 소노 이정현은 ‘작(은)정현’이라고 불린다.
2021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작정현은 데뷔 시즌만 하더라도 큰정현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큰정현은 600경기(28일 현재 640경기)에 연속 출전 기록을 쓰는 등 리그에서 손 꼽히는 가드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는 다르다. 우스갯소리로 이젠 큰정현과 작정현의 별명을 바꿔도 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활약이 매섭다.
올 시즌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시즌 김승기 소노 감독의 믿음 아래 풀타임을 여러 차례 소화하는 등 소노의 에이스로서 쌓은 경험이 개막전부터 터졌다. 지난 20일 현대모비스전(100-82)에서 43점을 퍼부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KBL 개막전 사상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국내선수에 올랐다. 1997년 광주 나산 김상식(현 정관장 감독)의 41점을 뛰어넘었다.
시작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개막전 이후 3경기에서 10점대에 그치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고도 다소 잠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이정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뜻이다. 28일 정관장과의 경기(83-70)에서 승리한 이정현은 “최근 슈팅이 잘 안 들어가고 있는데, 팀원들이 찬스가 나면 계속 던지라고 말해준다”며 “금방 원래 성공률로 돌아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팀 전망도 밝다. 이정현의 성장과 함께 이재도, 최승욱, 임동섭 등이 합류하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이정현은 “(이)재도 형이 있으니 공격을 나눠서 할 수 있고 리딩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체력 세이브도 되고 수비에 더 힘을 쏟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해야 팀이 더 강해지고 이길 수 있다”며 “올 시즌은 에너지로 잡는 경기가 많다. 새로 온 형들이 에너지를 높여줘서 따라가고 있다. 고맙다”고 미소 지었다.
동료의 극찬도 당연히 따른다. 이재도는 “(이정현은) 완전 재능충(蟲, 노력보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다. 프로는 재능이 반”이라면서도 “정신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슛이 잘 안 들어가도 항상 자기 타이밍에 쏘고, 안 들어가도 웃는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뭐가 좋아서 저렇게 웃나 싶었다. 짜증 날 때도 있었다. 나는 코트에서 최대한 표정, 감정을 숨기려고 하는데, 정현이랑 같이 뛰니 나도 웃게 된다”고 전했다.
확실히 팀 분위기가 오른 모습이다. 이정현은 더 활짝 웃는다. 그는 “지금 분위기라면 9승”이라고 외쳤다. 이재도가 옆에서 “그래도 한번은···”이라고 말끝을 흐리자, 이정현은 “8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완벽한 에이스로 성장한 이정현, 그 효과를 누릴 선수 구성이 갖춰진 소노가 첫 라운드를 몇 승으로 마무리할지 이목이 쏠린다.
고양=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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