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들의 끝판왕,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다.
프로야구 KIA가 사상 12번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챔피언에 올랐다.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KBO KS 5차전에서 7-5로 승리하면서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짜릿한 마침표를 찍었다. 호랑이들의 뜨거운 함성과 화려한 폭죽이 광주 하늘을 수놓았다.
12전 12승의 불패신화가 완성된 챔필의 마지막 9회초. 마운드에는 정해영이 있었다. 8회초부터 임무를 받아 마운드를 지키던 찰나였다. 6-5 살얼음판 리드의 2사 만루에 등판해 이재현을 뜬공으로 잠재우며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8회말 박찬호의 쐐기 1타점 2루타까지 등에 업더니 9회 아웃카운트 3개를 삭제시켰다. 마지막 타자 김성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포수 김태군과 얼싸 안으며 2024년의 마지막을 짜릿하게 장식했다.
샴페인 샤워를 마치고 만난 그는 “큰 경기에서의 세이브 기록은 의식 안했다. 마무리만 지으면 5점 차든, 10점 차든 다 세이브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래도 8회 1점 차에 올라가서 더 긴장하고 집중했던 것 같다”고 정신 없었던 경기를 돌아봤다.
역사에 남을 엔딩을 장식한 그에게는 뜻깊은 기록도 덧붙여졌다. 아버지 정회열과 함께 역대 4번째 부자(父子) KS 동반 우승을 일궈냈다. 이 중에서도 부자가 동일한 팀에서 이 기록을 빚은 사례는 없다. 축하 세리머니가 한창인 그라운드에서 두 부자는 더없는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정해영은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정말 축하하고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셨다”고 활짝 미소 지었다.
동반 우승만이 아니다. 부자가 모두 타이거즈 우승 엔딩을 장식하는 특별한 추억까지 가져간다. 아버지 정회열은 포수로서 1993년과 1996년 각각 선동열, 이대진과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합작하고 진한 포옹을 나눴다. 그 뒤를 아들 정해영이 투수로 올해 이어받았다.
정해영은 “아버지의 엔딩 영상을 많이 접했다. 제가 그 당시 현장에는 당연히 없었지만, 우리 팬분들이 다 그런 걸 찾아주시더라.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KIA 역사에 남을 아버지와 아들이 된 소감을 전했다.
KIA가 간절하게 기다린 전문 마무리 투수다운 2024년의 결말이다. 올해 26년 만의 구원왕과 함께 통합 우승까지 맛보며 포효한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 다음으로 건너간다.
그는 “무엇보다도 우승을 달성한 게 너무나 기분이 좋다. 다만 다시 다가올 정규시즌과 지금의 큰 경기는 느낌이 또 다르다. 늘 하던 대로 준비를 잘해야 다시 이런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제 바로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해야 한다. 대표팀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잘 쉰 다음에 다시 몸을 잘 만들어보겠다”는 당찬 각오를 덧붙였다.
광주=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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