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K-콘텐츠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의 굴곡진 역사와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한국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향후 콘텐츠의 발전 기대감이 커진다.
◆‘기생충’·‘오징어게임’이 던진 사회비판…글로벌 열풍 신호탄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K-콘텐츠의 글로벌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받고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 흥행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 신드롬을 생성했다. 공개 4주 만에 전 세계 1억4000만 이상의 가구에서 시청했으며 3개월 만에 2억6500만 시청수를 기록해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역대 대한민국 콘텐츠 중 가장 흥행하고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꼽히며 세계적으로도 TV이나 영화관이 아닌 OTT라는 플랫폼이 부각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아직도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을 잊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여전히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을 가장 선호하는 영화와 드라마로 각각 꼽았다. 미국의 한 미디어 전문 시장조사기관은 지난 7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이 영어권 시장에서 비영어권 콘텐츠 수요를 주도했다”며 “한국 TV프로그램과 영화는 지난 4년 동안 영어권 시장에서 시청 빈도가 3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두 작품 모두 한국의 현실을 꼬집으며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다뤄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계급 우화를 중심으로 한 블랙코미디를 그려낸 ‘기생충’은 심각한 한국의 계급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을 다뤘다. 외신은 “계급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의도와 보편적인 호소력을 가진 스릴러로 아카데미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오징어게임’은 거액의 상금을 놓고 무모한 경쟁을 벌이는 설정을 통해 승자독식 자본주의의 그늘과 실패를 그려냈다.
◆한국 역사와 K-정서 살핀 ‘미나리’·‘파친코’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저력을 알린 데 이어 영화 미나리도 해외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21년 ‘미나리’는 제78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배우 윤여정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쾌거를 이뤘다. 영화는 실제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가정에서 태어난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계 이민 가정의 아픈 역사는 2022년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도 조명됐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포브스 선정 올해의 한국드라마 선정에 이어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고담 어워즈 등 세계 유수의 시상식을 석권했다.
‘미나리’와 ‘파친코’ 모두 한국의 역사적 상처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전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애플TV+는 ‘파친코’에 10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해 더욱 주목받았다. ‘오징어게임’의 제작비가 200억원에 육박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파친코’에 거는 기대가 컸음을 알 수 있다.
◆K-콘텐츠 열풍은 현재진행형…전망도 ‘청신호’
우리 콘텐츠를 향한 해외의 뜨거운 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종영한 ‘파친코 시즌2’는 1편에 이어 장대한 서사시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생존뿐 아니라 번영을 향한 가족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주요 외신의 극찬이 이어졌다.
영화·드라마뿐 아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시즌2를 일찌감치 확정했다.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대만·싱가포르·홍콩 등 총 28개국에서 톱10에 오르는 등 글로벌 인기를 자랑했다. 오는 12월엔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가 예정됐다. 제작비는 전편을 훨씬 웃도는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또한 올해 4분기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오른 101억3000만 달러(약 13조8862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거는 기대가 크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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