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기세, 적지에서 식어버렸다.
프로야구 KIA는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3차전에서 2-4로 패했다. 시리즈 2연승 후 1패를 당하면서 한껏 올리던 기세가 꺾였다. 시리즈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26일 열릴 4차전에서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해진 호랑이 군단이다.
삼성이 펼친 홈런 쇼에 눈물 지었다. 선발 에릭 라우어가 이성규-김영웅에게 솔로포 2방을 맞았고, 이어 불펜 전상현이 김영웅-박병호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대구 팬들의 함성을 막아서지 못했다.
삼성 홈구장 라팍이 리그 대표 ‘타자 친화 구장’이었기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라팍은 특이한 팔각형 구조로 인해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 길이가 107m에 불과하다. 과거의 홈런 공장이던 목동야구장보다도 6m가 짧고, 만만치 않게 홈런이 나오는 인천SSG랜더스필드보다도 8m나 짧다. 타석에 서는 모두가 홈런을 쉽게 뽑아낼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다만, KIA는 라팍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이날 삼성과 같은 8안타를 뽑아냈으나 홈런은커녕 2루타도 없었다. 간헐적인 단타 속에서 최형우와 김도영의 안타만 타점으로 연결되면서 시원한 해갈을 끝내 맛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PO) 무대부터 시작된 ‘라팍의 역설’이다. 대구의 삼성을 상대했던 LG는 라팍 2연전에서 사자 방망이에 호되게 당했다. 2경기 도합 28피안타, 그중 홈런만 8개를 맞으면서 연속 10실점 경기를 했다. 라팍의 공교로운 ‘피아식별’ 속 3홈런에 그쳐 화력 대결에서도 밀렸다.
KIA도 그 난관에 봉착했다. 구장이 작다는 토로는 핑계에 불과함을 모두가 알고 있다. 삼성 타자들이 들어선다고 타석이 앞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같은 구장, 같은 타석. 환경은 동일하다.
‘맞불’을 놓을 홈런 생산이 연이은 피홈런에 대한 대책이 돼야 하는 이유다. 이번 시리즈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KIA의 우세를 점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삼성의 방망이 못지 않은 KIA의 파괴력을 높게 샀기 때문. ‘맞는 만큼 친다’가 지금의 KIA에 필요한 시나리오다.
대응사격의 선봉에 서야할 자원들이 살아나야 한다. 정규시즌 38홈런의 김도영, 26홈런의 소크라테스 브리토, 22홈런의 최형우, 21홈런의 나성범 중 이번 시리즈 손맛을 본 이는 2차전의 김도영이 유일하다.
명제는 단순해졌다. 빅볼에는 빅볼로 맞서야 한다. 1차전에서 꽁꽁 묶였던 원태인 앞에 다시 서게 된 KIA의 방망이에 4차전 향방이 걸렸다.
대구=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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