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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현의 지금e연예] 잘나가는 예능 ‘인종차별 주의보’…SNL 이어 국민MC도

입력 : 2024-10-23 14:42:43 수정 : 2024-10-23 18: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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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사진=뉴시스]

 

국민 MC 유재석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한 자기관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재석마저 말실수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방송계는 그 어느 업계보다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변화하는 사회적 시선에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재석이 지적 받는 인종차별성 발언은 지난 9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나왔다. ‘국적만 외국인’ 특집으로 꾸며진 당시 방송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핀란드인 레오 란타, 나이지리아인 아마라치, 캐나다인 마이클 레이드먼이 출연했다.

 

유재석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외국인 출연자의 한국말 솜씨를 칭찬한 것을 놓고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란타는 “본가는 용인 수지다. 고향은 양재 쪽인데, 아버지가 그쪽에 있다. 100일 때 핀란드에서 (한국으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 약 25년”이라며 “핀란드에서 생활한 기간보다 훨씬 길다”고 덧붙였다. 다른 출연자인 아마라치도 “태어난 곳은 서울 이태원인데 국적은 나이지리아”라며 “태어나서 쭉 자랐다. 비행기도 안 타봤고 배도 안 타봤다. 국적만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유재석은 이들을 두고 방송 내내 “한국어를 너무 잘하신다”, “말투나 모든 게 한국인”이라고 감탄을 연발했다. 이들에게 좋아하는 한국말이나 한국 문화를 묻기도 했다. 방송 후 유재석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논란이 됐다. 유재석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말그대로 ‘국적만 외국인’ 출연자의 한국어 솜씨를 칭찬한 것이 해외에서는 인종차별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칭찬의 대상자들이 모두 한국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만큼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나 다름 없는 이들에게 좋아하는 한국 문화를 묻는 것도 어색한 일이다.

 

물론 단순한 칭찬을 인종차별로 비꼬아서 해석할 필요가 없고, 이런 논란을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입장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이번 논란이 ‘창조 논란’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한국 연예인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룹 NCT 마크는 2018년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캐나다 국적임을 알렸지만 “영어를 정말 잘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마크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계 캐나다인이기에 해당 발언은 캐나다 안팎에서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7년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톰 홀랜드는 라이브 방송에서 인터뷰를 맡은 에릭남에게 “영어를 정말 잘한다. 어디서 배웠나”라고 놀라워했다. 에릭남이 본인을 미국인이라 답하자 옆에 있던 제이콥 배덜런은 “그럼 한국어는 어디서 배웠나”라고 하다가 실수했다는 듯 “이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실시간 방송이라 편집 안 되나. 미안하다”라고 덧붙였다.

 

2018년에는 배우 김수현이 미국 리포터 키얼스티 플라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가 “어렸을 때도 영어를 알았나. 대단하다”라는 감탄을 들었다. 옆에 있던 동료 배우 에즈라 밀러는 “김수현은 지금도 영어로 말하고 있다. 당신이 알지 모르겠지만 영어도, 한국어도 아주 잘한다”며 “나는 한국어는 못하고 영어만 할 줄 안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이 퍼지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키얼스티 플라는 “나중에야 내가 수현에게 한 질문이 ‘무지함으로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사과했다.

 

실제로 서구권에서도 외모만 보고 ‘영어를 잘한다’고 평가하며 외국인처럼 대하는 태도는 편견으로 여겨진다. 오랫동안 국민 MC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유재석은 매일 아침에 기상해 신문을 읽고 운동도 빠짐없이 해 자기관리의 대명사로 불린다. 유재석은 “신문을 보다 보면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포털에는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으니까 편향적인 사고를 갖게 될까봐”라고 매일 신문을 읽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누구보다 편견을 경계하는 유재석이지만 의도치 않은 인종차별 논란을 마주하게 됐다. 그에게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에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의 안일한 인식이 아쉽다.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그룹 뉴진스 하니를 패러디해 희화화 지적을 받은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6의 한 장면.

 

앞서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6도 인종차별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뉴진스 하니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어색한 한국어 발음을 따라 했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의 어눌한 발음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희화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노한 팬들은 SNL 코리아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고발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방송계는 그동안 내용과 형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분장을 한 개그 코너 ‘시커먼스’는 1980년대 당시엔 큰 인기를 끌었지만 현 시대에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 예능이 추구하는 재미는 성별과 연령, 국경을 초월하기에 더 큰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해야만 모두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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