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공약, 시원하게 내걸었다.
프로야구 KIA가 길었던 기다림을 마치고 가을 잔치에 출격한다. 21일 안방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으로 출발을 알린다. 이범호 KIA 감독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새출발’이다. 지휘봉을 잡은 첫해부터 찾아온 통합우승 기회다. 초임 감독 KS 우승은 역대 4번밖에 없다. 김응용(1983 해태), 선동열(2005 삼성), 류중일(2011 삼성), 김태형(2015 두산)이라는 시대의 명장들만 이어온 계보다. 그곳에 이 감독이 도전장을 내민다.
뚜껑이 열리기 전이지만, 많은 이들이 KIA의 우승을 점친다. 정규시즌 보여준 압도적인 힘 덕분이다. KIA가 전신 해태 시절부터 이어온 KS 승률 100%(11/11)도 이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다. 20일 열린 KS 공식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감독으로 KS를 맞이해 긴장도 된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에서) 어떤 걸 해야할지 생각해야 한다. 패기있게, 최선을 다해서 열두 번째 우승을 이루겠다”고 목소리를 높여보는 이 감독이다.
당찬(?) 공약도 내걸었다. 사전 취합된 팬 질문 중, 이 감독을 향해 ‘우승한다면 우승 당일 마운드에서 KIA의 삐끼삐끼 춤을 춰 줄 수 있나. 같이 춰야 한다면 누구와 추고 싶나’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날아왔다. 그러자 사령탑은 “우승 했는데 한 명만 추면 안 된다. 올해 우리 팀에서 이 춤이 유명해지지 않았나. 동그랗게 모여서라도 꼭 단체로 추겠다”는 시원한 답변을 내놨다. 대표 선수로 참석해 옆에 앉아있던 양현종과 김도영은 의미심장한 미소로 사령탑을 쳐다보며 현장을 웃음 바다에 빠뜨리기도 했다.
김도영은 우승 공약 관련으로 한마디를 거들었다. 2023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시 팬들의 차를 세차하겠다고 공언했던 게 유효한지를 묻는 질문에 “우승하면 뭔들, 다 할 수 있다. 깨끗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열심히 해보겠다”고 미소지었다. 혹시 모회사(KIA) 차가 아니면 어떻게 되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그건 안 된다”라는 위트 있는 답변으로 ‘3년 차 핵심 선수’의 여유도 선보였던 김도영이다.
광주=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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