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다운 피칭, 찬란했다.
프로야구 삼성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1-0 신승을 거뒀다. 이 승리와 함께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빚어내며 정규시즌 1위 KIA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무대에 9년 만에 도전장을 내민다.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에서 KT의 반란을 제압한 LG였지만, 삼성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시리즈 기간 2차례나 내린 가을비가 LG의 재충전을 돕기도 했지만, 삼성은 의연한 경기력으로 버텨냈다. 그 중심에는 ‘1선발’ 칭호가 아깝지 않은 외인 에이스, 데니 레예스가 서있었다. 부담감이 있는 자리였다. 원래 그 역할을 수행하던 코너 시볼드가 정규시즌 막판 견갑골 부상과 함께 아예 PO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작 레예스는 덤덤하게 제 역할을 수행했다. 가을 데뷔전인 13일 대구 1차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LG 최원태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6⅔이닝 3실점(1자책) 쾌투로 곧장 선발승을 챙겼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PS에서 삼성이 거둔 첫 승리, 그 역사적인 경기의 선발승 투수로 영원히 이름을 남겼다.
질주는 끝이 없었다. 반격의 한방을 맞고 임한 잠실 4차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LG는 한 차례 상대한 레예스에게 반격을 자신했다. 염경엽 LG 감독이 “전반적인 타자들의 타이밍이 좋았다. 정면 타구, 호수비가 많았을 뿐”이라며 타선의 반등을 기대하기도 했다.
레예스는 흔들림이 없었다. 홀로 7이닝을 소화하며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수놓았다. 실점 위기는 6회말 1사 1,2루가 유일했으나 기가 막힌 병살타 유도로 미소 지었다.
110구짜리 역투였다. 최고구속 149㎞의 포심 패스트볼(39개)과 커터(23개), 체인지업(22개), 슬라이더(19개), 투심 패스트볼(6개), 커브(1개)가 고루 곁들여진 깔끔한 피칭이었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차지였다. 2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0.66(13⅔이닝 1자책점)의 완벽한 성적표 덕이다. 기자단 투표 55표 중 42표를 가져가 득표율 76.4%를 찍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선 레예스는 선전의 비결로 ‘가을비’를 꼽았다. 두 차례나 경기가 연기되면서 예정에 없던 휴식이 찾아왔다. 그는 “비가 좋게 작용했다. 쉬는 날이 별로 없었는데, 추가적으로 쉴 시간을 벌었다”고 기뻐했다.
고마운 존재는 하나 더 있다. 바로 배터리 호흡을 맞춘 강민호다. 레예스는 “1차전과 비슷하게 볼배합을 가져가려 했다. 그래서 (강)민호 형 사인에 거절도 했는데, 똑같이 하더라”며 “그걸 믿고 피칭을 했더니 결과가 좋았다. 이후로는 사인에 의지하면서 경기 운영을 했다”고 웃었다. 여기에 강민호는 레예스의 선발승을 완성시키는 결승 솔로포까지 선물했다.
‘가을 DNA’를 뽐낸 그의 무대는 아직 남았다. 다가올 KS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며 업셋에 도전해야 한다. 그는 “뚜렷한 목표는 없다. 팀의 승리를 위해 보탬이 되는 그런 플레이를 꾸준히 하고 싶다”는 당찬 출사표를 띄워보냈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