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계 대부 이경규가 후배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출연진의 불법도박 불똥을 맞았지만 ‘코미디 리벤지’ PD와 이경규 모두 코미디 열망 하나로 흔들림 없이 순항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예능 ‘코미디 리벤지’는 14일 서울 중구 브이스페이스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권해봄 PD, 박현석 PD와 더불어 이경규, 박나래, 이용진, 황제성, 김경욱 등 출연진이 대거 참석했다.
‘코미디 리벤지’는 지난해 전작 ‘코미디 로얄’ 우승팀 이경규팀(마스터 이경규, 이창호, 엄지윤, 조훈)이 판을 깔고 K-코미디 대표주자들이 각잡고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 배틀 프로그램이다. 이경규팀이 우승 혜택이었던 넷플릭스 단독쇼 대신 웃음판을 다시 한 번 깔았다.
이경규의 왕좌를 뺏기 위해 제대로 칼 갈고 나온 코미디 최강자들의 웃음 배틀이 화끈하게 펼쳐진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문세윤, 이용진, 황제성, 이상준, 곽범, 이선민, 이재율을 비롯해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박나래, 김경욱, 김용명, 신기루 등 K-코미디 최강자들이 계급장을 떼고 자존심 건 복수혈전을 뜨겁게 펼친다.
‘코미디 리벤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며 프로그램을 사실상 이끈 이경규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후배들을 위해서 다시 한 번 모였다. ‘코미디 로얄’에서 처참하게 내려간 후배들을 다시 살리겠다는 마음을 기획해서 (후배들에) 기회를 줬는데 한 번 해봤기 떄문에 노하우를 가지고 ‘코미디 리벤지’를 했다. 한층 더 수준 높은 K-코미디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우승자 특전을 포기한 것에 후회는 없는지 묻자 이경규는 “없었다면 인간은 아닐 것”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작품 기획도 했다. 저의 살아온 과정을 다룬 코미디 다큐 영화, 드라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권해봄 PD가 다 같이 하는 건 어떠냐고 했다. 다음 기회도 있으니까 후배들을 살려야겠다 싶었다. 후배들이 힘들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해봄 PD는 ‘코미디 로얄’과의 차별점을 두고 “출연진이 훨씬 강력하고 다채로워졌다”고 답했다. 권 PD는 “여기 모인 분들이 코미디 백수저라고 생각한다”며 “강력한 코미디언들이 모인 만큼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예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숏폼이나 유튜브 생태계, 콩트 등을 대변하는 분들이 나왔다. 색깔이 다양해졌다”며 “기획부터 참여한 이경규의 존재가 색깔에 투영됐다. 40년 동안 정상에 있는 건 시청자와 눈높이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판을 확실히 깔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해엔 선수들의 코미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관객들의 적극적인 리액션 등을 도입해서 생동감 있는 웃음을 추구했다. ‘코미디 로얄’을 안본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코미디 로얄’과 비교해 멤버 구성도 바꼈다. 전 세계에 K-코미디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코미디언도 있었다고. 관록의 개그로 콩트의 근본을 보여줄 정통파 ‘등촌동 레이커스’ 문세윤-이진호-김용명을 시작으로 말로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펀치라인’ 이용진-신기루-신규진, MZ픽 코미디의 만남 ‘헬로 길티' 임우일-김해준-박세미, 대세 OF 대세 코미디언이 모인 ‘집사와 아가씨’ 김경욱-김지유-송하빈, 설욕전 위해 칼을 갈고 나온 ‘잔나비정상’ 곽범-이선민-이재율, 선 넘는 매운 맛 개그를 선보일 베테랑들의 모임 ‘산딸기’ 박나래-황제성-이상준 등이 모였다.
박현석 PD는 “이번엔 마스터 없이 각자 색깔에 맞거나 호흡을 맞춰온 코미디언들이 팀을 꾸려서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며 “신기루나 이선민을 서로 영입하기 위해서 각 팀이 물밑에서 전쟁 벌였다”고 귀띔했다. 신기루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펀치라인 팀의 이용진은 신기루를 두고 “존재만으로도 빅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인물이다. 치트키는 신기루”라고 믿음을 보였다.
헬로 길티 팀의 박세미는 “각자 알아서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걸 각자 했다”며 “영상 볼 때는 합이 안 맞고 우왕좌왕 싸우는 모습 나갈 거 같아서 저는 못볼거 같다. 서로 연락도 안 된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집사와 아가씨 팀의 김경욱은 팀원 송하빈, 김지유를 두고 “숏폼에서 큰사랑을 받고 멋지고 참신한 개그를 지켜봤다. 하게 된다면 이친구들과 하고 싶다 어필했다. 이 친구들도 저를 팀원으로 인정해줘서 하게 됐다. 코미디에 오래 있다보니까 안 했던 거 하고 싶은데 다행히도 새로운 거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유는 “MZ들 사이에서 핫한 3명 모이지 않았나 싶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팀의 강점을 밝혔다.
지난해 이경규 팀과 맞상대했던 잔나비 정상 팀의 곽범, 이선민, 이재율은 의지를 불태웠다. 화제의 중심이었던 일명 ‘원숭이 교미 개그’의 주인공 곽범은 “원숭이 사태가 났는데, 뒤집어 보겠다. 코미디 로얄에서 코미디 리벤지로 바뀐 게 우리 팀을 위한 판이 아닌가 싶다”며 “원숭이 사태 이후 이날까지 셋이 모여 회의하고 연습,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중요한 건 이번엔 혼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재율 또한 “(원숭이 개그) 잘못을 하고 (이경규) 선배께 큰 가르침을 받았다. 많이 뉘우쳐서 카운터 펀치 날리겠다”고 각오했다.
이경규는 “다들 MZ를 대상으로 한다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MZ 대상이 아니다. 60대부터 90세 이상, 110세까지 볼 수 있다. 듣고 볼 수만 있다면 모두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승 팀인 이경규 팀은 이번에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진행자로서 ‘코미디 리벤지’를 지킨다. 조훈은 “굉장히 많은 미션이 있었는데, 저 자리에 있었으면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했겠구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장 인상적인 팀으로는 산딸기 팀 박나래-황제성-이상준을 꼽았다. 그는 “박나래가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녹화 시간이 길었는데도 2시간 이상을 연기를 안 풀더라. 대단하고 배워야겠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엄지윤은 “저희 팀이 출전을 안 했기 때문에 (다른 팀이) 다행으로 알아라”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참석 예정이던 이진호가 당일에 불참 통보했다. 이날 오전 이진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한다”며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도박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됐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게 됐다”고 불법 도박을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진호는 당일 오전에 다른 프로그램 녹화를 이유로 불참을 알렸다.
권해봄 PD는 “저희가 파악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저도 들어오기 직전에 그 소식을 들었다. 글도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하고 파악 중인 상황”이라며 “제작진은 전혀 몰랐던 상황이고 아직 파악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코미디 리벤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며 프로그램을 사실상 이끈 이경규는 “‘코미디 리벤지’는 한 명이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22명의 코미디언이 전부 다 있기 때문에 한 명의 개인적인 사생활 통해 프로그램이 흔들리진 않는다. 소식을 좀 전에 들었는데 크게 개의치 않고 프로그램은 순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권해봄 PD는 출연한 코미디언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그는 “이미 코미디로 다들 스스로 증명하신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코미디 경쟁이라는 장르에 도전하는 일은 위험부담이 있다”며 “이들이 여기 참여해준 건 코미디를 사랑하는 마음과 무대에서 웃겨보겠다는 열망, 시청자들에게 코미디가 사랑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코미디언들의 진심을 잘 봐달라”라고 당부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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