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제’가 국제무대로 돌아온다.
안세영은 15일부터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덴마크오픈(슈퍼750)에 출전한다. 지난 8월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후, 두 달 만에 출전하는 국제대회다.
이유가 있는 휴식이었다. 끊임없는 부상이 문제였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목에 건 지난해(코로나19로 1년 연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무릎 힘줄이 파열되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회복에 전념하고 임한 파리올림픽에서도 발목을 접질렀다. 투혼 끝에 28년 만의 한국 여자단식 금메달로 포효했지만, 또 쉼표를 찍었다.
외적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림픽 금메달 직후 쏟아낸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을 향한 작심발언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가 언급한 대표팀의 미흡한 부상 관리나 훈련 방식, 개인 스폰서 및 국제 대회 출전 제한 등의 문제는 물론, 협회의 부실한 운영 실태까지 지적되며 배드민턴계가 큰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달 중으로 협회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시끌시끌했던 잡음, 왕좌의 균열로 이어졌다. BWF가 지난 8일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2위로 떨어졌다. 랭킹포인트 10만337점에 머무르며, 10만1682점의 천위페이(중국)에게 1위를 내줬다. 지난해 7월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여자단식 랭킹 1위를 차지한 지 1년 3개월 만에 독주가 끝났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국내 팬들에게는 지난 9일부터 제105회 전국체전으로 반가운 복귀를 알렸다. 부산 대표로 출전한 소속팀 삼성생명의 일원으로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 나섰다. 예선, 8강, 준결승 단식에서 모두 2-0 완승을 장식해 국내에는 적수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국제 무대로 시선을 옮기지만, 아직 우려는 있다. 무릎이 아직 말썽이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몸 상태는 70∼80%”라고 직접 언급했던 안세영은 내내 오른 무릎에 테이프를 두르고 경기에 임했다. 결승을 함께하지 못하고 소속팀 훈련장 용인으로 조기 복귀해 상태를 체크한 이유가 됐다.
일단 덴마크오픈은 정상적으로 출전해 멈춘 랭킹포인트 적립에 박차를 가한다. 안세영의 이 대회 최고 성적은 2021년 거둔 준우승이다. 당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현 6위)를 만나 허벅지 부상으로 기권패했다.
이번 32강 상대는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2-0 완승을 거뒀던 폰피차 체키웡(태국·13위)이다. 강적인 왕지이(중국·3위), 야마구치 등은 반대편 브라켓에 위치해, 결승에서야 만난다. 중국 대표팀 은퇴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던 천위페이는 BWF에 랭킹 보호를 요청하고 호주 유학길에 올랐다. 라켓을 잠시 내려둬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카롤리나 마린(스페인·4위), 타이쯔잉(대만·5위) 등의 강자들도 불참을 알렸다. 안세영을 찾아온 절호의 우승 기회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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