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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을까. 의도적이었을까. 요르단의 살인태클이 홍명보호를 덮쳤다. 경기 일정이 남아있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암만국제경기장에서 끝난 요르단과의 201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3차전에서 이재성과 오현규의 득점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지난달 10일 오만과의 2차전(3-1 승)에 이어 2연승을 내달린 대표팀은 승점 7(2승1무)을 기록했다. 대표팀은 곧바로 귀국, 오는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의 4차전을 치른다.
요르단전 승리는 의미가 크다.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3차 예선에서 조별리그 전체를 리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동시에 올해 초 아시아컵에서 당한 굴욕(4강 0-2 패)을 되갚았다. 향후 일정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었다. 무엇보다 팀 전력의 핵심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손흥민의 부재에도 한국 축구는 강하다는 인식을 상대는 물론 B조 경쟁국에 심어줬다. 여러모로 챙긴 것이 많은 경기였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당장 이라크와의 일전이 남았다. 조별리그 전체 일정을 두고 봤을 때 이라크전까지 승리하면 향후 일정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도 가까워지게 된다.
다만 걱정은 부상이다. 요르단의 거친 플레이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공교롭게 아시안컵에서 했던 플레이가 그대로 나왔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볼 경합 상황에서 한국 선수 뒤에서부터 공을 향해 태클이 들어간다. 태클이 문제가 아니다. 뒤에서 태클이 들어가다보니 넘어지는 과정에서 한국 선수의 디딤발을 덮치게 된다. 이때 발목이 접히게 된다. 손흥민 역시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 플레이에 계속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이날 손흥민 대신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황희찬은 전반 10분과 20분 똑같은 플레이에 왼발목이 돌아갔다. 전반 10분에는 수비수 나시브가 뒤에서 태클이 들아가면서 황희찬의 왼발목을 덮쳤다. 나시브는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을 전담마크했던 수비수다. 이어 전반 20분에는 미드필더 하다드의 태클이 들어왔다. 결국 황희찬은 피지컬 코치들에게 부축돼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이라크전 출전 여부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황희찬 대신 투입된 엄지성도 무릎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요르단 수비수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다. 다만 엄지성은 교체 투입 후 과감한 돌파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재성의 선제골 역시 엄지성의 드리블 돌파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보니 상대 수비가 밀착해서 방어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작은 충돌이 겹치면서 무리가 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이 이번 일정을 앞두고 손흥민의 대체자원으로 언급한 선수는 황희찬 엄지성 배준호 등 3명이다. 손흥민의 부재를 걱정해 온 홍 감독 입장에서는 이제 황희찬과 엄지성마저 잃을 위기에 놓였다. 만약 황희찬과 엄지성의 이라크전 출전이 불가능하다면 활용 가능한 자원이 크게 줄어든다.
요르단전에서 맹활약한 배준호가 있지만, 아직 A매치 풀타임 경험이 없다. 공격 2선 멀티플레이어인 이동경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측면보다는 중앙이 더 잘 어울리는 자원이다.
홍 감독이 어떤 묘수를 들고 이라크전에 나설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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