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프로야구 KT의 마법이 2024시즌에도 반짝인다. 정규리그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지만, 보란 듯이 반등에 성공했다. SSG와의 5위 타이브레이크를 거쳐 포스트시즌(PS) 막차를 탔다. 하나가 돼 기적을 일궈가는 KT. 그 모습을 한 걸음 뒤에서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다. ‘캡틴’ 박경수다. 후배들을 향해 “쉽게 떨어질 거면 어렵게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순위는 하늘에서 다 정해놓았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 너흰 내일, 내년도 있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2003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015시즌부터 KT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올해까지 통산 2043경기서 타율 0.249(5608타수 1396안타), 161홈런 719타점 등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5경기 등판에 그쳤다. 4월 2일 수원 KIA전이 마지막이었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까닭이다. 박경수는 “4월 엔트리에서 빠진 뒤 1군과 동행하는 것 자체가 복”이었다면서 “감독도, 코치도, 선수도 돼보는 등 공부하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장은 여전히 박경수를 필요로 한다. 특히 촘촘한 수비는 팀의 활기를 높이는 지점이다. 이강철 감독은 “확대 엔트리 때 쓰려고 했다. 그만한 선수가 없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박경수 본인이 고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 “4월에 빠졌다가 9월에 들어오는 것은 욕심이다. 실전감각도 많이 떨어졌다”면서 “내가 들어가면 누군가는 또 빠져야 하지 않나. 후배들도 경험을 해야 할 때다. 그래야 나중에 또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겠나”고 전했다.
단 1%의 미련도 없다면 거짓말일 터. 정규리그는 몰라도, 가을야구는 선택된 이들만이 밟을 수 있는 무대다. 한 타석 한 타석의 가치를 알기에 박경수는 더 뒤로 물러선다. “나가면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고 기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면서 “욕심을 채운다는 오해도 싫고, 팀 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그아웃에서도 바쁘다. 후배들이 조금 처진 것 같으면 달래주기도 하고 외인들과 소통도 해야 한다. 그게 내 일”이라고 웃었다.
조금씩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점. 박경수는 팬들을 떠올린다. 5년 연속 PS 진출을 확정했을 때도 마찬가지. “사실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더 울컥하는 마음이 컸다”고 운을 뗀 뒤 “수원구장(홈구장)으로 오시는 팬 분들이 매년 많아지고 있다. 눈으로 확연히 보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리 후배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야구하면서 커리어에 비해 정말 좋은 대우를 받았다. 행복하게 야구한, 그런 느낌이다. 감독님, 코치, 동생들 다 너무 잘 만났다. 진짜 복 받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잠실=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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