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제가 밤에 자다가 깰 정도로 평생 경험해본 적 없는 여름이었습니다. 혹시나 나이 들어가는 과정으로 나만 겪는 끔찍한 더위인가 걱정했었는데요. 주변에 많은 분이 똑같이 입을 모아 이런 여름 처음이라고 할 때마다 어찌나 큰 위안이 되던지요. 어쨌든 지독했던 여름도 가고, 이제 온 동네 프로야구도 가을 야구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나 기록이 풍년인 해인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천만 관중을 기록했고요. 미국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50-50을 달성하고 경기마다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김도영 선수가 40-4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는 스타플레이어가 큰 역할을 하지요. 특히나 올해 오타니의 경기는 매번 관객의 소망을 실현해주는 경기인 것 같습니다. 40-40을 달성하는 순간도 같은 경기에서 40번째 도루와 홈런을 둘 다 만들어내는 쉽지 않은 일을 했는데요. 심지어 40도루를 성공한 후, 그의 40호 홈런은 야구의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9회 말 투아웃, 동점 만루 상황에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만들어내는 정말 만화 같은 일을 했지요. 그뿐인가요, 50-50도 역시 한 경기에서 해냈습니다. 이쯤 되면 오타니가 일부러 숫자를 맞추었나 의혹이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그 경기는 승리와 함께 LA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는데요.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을 야구를 할 수 있게 결정된 날, 오타니는 하루에 6타수 6안타, 3연타석 홈런과 2개의 도루를 포함해서 10타점을 기록한 어마무시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2루타로 기록된 3회 초의 안타는, 그가 만일 3루까지 진루에 성공했더라면 하루에 싸이클링 안타까지 완성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경기에서 홈런을 몰아칠 줄 몰랐던 사람들은 바로 그다음 경기가 LA다저스 홈구장이어서 50-50이 나올지도 모를 경기 티켓 암표 가격까지 기사로 나오고 있었는데요, 그런 기사가 무색하도록 오타니는 작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결승전에서 미국의 마지막 타자 트라우트를 투수로서 삼진으로 잡고 우승한 그 마이애미 구장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바로 써버렸네요. 지난 23일도 9회 말 오타니의 동점 홈런과 베츠의 백투백 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둔 LA다저스, 올 시즌 오타니는 정말 어디까지 갈까요.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