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나서 서면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하며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불공정한 과정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감독 선임 건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감독 선임 절차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앞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금의 전력강화위나 이전의 기술위 추천에 반해 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절차적 조언을 한 적은 있지만 특정인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추후 전력강화위 운영 방식 변화의 가능성도 언급됐다. 전력강화위에 나온 감독 후보들의 이름이 공개됐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이 홍 감독 선임 발표 후 유튜브를 통해 선임 과정을 비판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정 회장은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이번 선임 과정과 여론 형성 과정은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뽑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줬다”고 말했다.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의혹에 대해 정 회장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홍 감독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런 지난 논의 과정을 통해 선임된 홍명보 감독에게는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동석한 홍 감독은 특혜 논란에 선을 그으면서도 사과했다. 홍 감독은 “감독 선임 등 모든 축구적인 면에서 국민들 공분을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한번도 대표팀 감독을 한다고 한 적이 없다. (감독 선임이) 불공정하다거나, 특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되기 앞서서 의원들은 거센 질타를 쏟아냈다. 감독 선임 관련 회의록, 임시 감독 회의록 요청에 축구협회의 보도자료 링크 한 줄을 보내는 등 제대로 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굉장히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 질의자료 129건 중 절반 이상이 개인정보 보호나 비밀 약정 등으로 인해 아예 (자료가) 제출되지 않고 있다”며 “홍명보 감독의 계약 기간, 연봉 등 기본적인 자료나 외국인 감독 후보에게 제시한 연봉 등이 전혀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정보원도 국회에 와서 보고하는데 (축구협회는) 어쩜 이리 비밀이 많은가”라고 질타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대표 선임 관련한 전력강화위원회의 회의록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축구협회는 보도자료 링크 한 줄을 보냈다”며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이 사안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문체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한축구협회,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현안질의를 시작했다. 정 회장, 홍 감독을 포함해 이임생 기술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박주호 전 위원,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장미란 문체부 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현안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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