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리는 기대감, 그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프로야구 KIA의 내야수 윤도현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맞대결에 2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5-3 승리에 공헌했다.
모든 발걸음이 커리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1회초 ‘드래프트 동기’ 김도영의 리드오프 홈런에 이어 타석에 선 그는 삼성 이승민에게 KBO리그 데뷔 안타를 뺏었다. 이어 2사 1루에서 맞이한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앞 땅볼을 내야안타를 바꾸는 빠른 발까지 뽐냈다.
멈추지 않았다.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는 데뷔 첫 타점이 터졌다. 먼저 볼넷으로 출루한 김도영이 시즌 40호 도루로 절친에게 판을 깔아줬다. 시원한 적시타로 응답했다. 육선엽의 패스트볼을 공략해 1타점 중전 안타를 올린 것. 프로 첫 3안타, 타점 등 귀중한 순간이 그의 품에 안겼다.
화정초-무등중-광주일고를 나와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5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광주 토박이’ 윤도현은 그간 줄부상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2시즌 시범경기에서 수비 도중 충돌로 인해 입은 오른 손가락 중수골 골절로 첫해를 허무하게 흘려보냈다. 2023시즌에는 대수비로 투입돼 타석까지 소화하는 설레는 데뷔전(그해 5월28일 광주 LG전)을 치렀으나 햄스트링이 문제가 되면서 다시 잊혀진 이름이 됐다.
올해도 악령은 그를 놓지 않았다. 2차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연습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한껏 기대감을 높였지만, 지난 4월 퓨처스 상무전에서 주루 도중 왼 손가락 중수골 골절 부상을 당해 재차 제동이 걸렸다.
지긋지긋한 부상 악연을 드디어 떨쳐내고 1군의 부름을 받은 경기였던 것. 팀이 7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면서 엔트리 운용에 큰 여유가 생긴 덕에 사실상의 데뷔전이 다가왔다. 생애 첫 선발, 흡족함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경기를 마친 윤도현은 “첫해와 같은 부상이라 오히려 재활은 수월했다. 올해 안에 복귀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재활했는데, 2군에서 실력이 올라오지 않고 아쉬운 성적이 나와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팬분들께서 기대해주신 덕에 1군에 올라왔고, 감독님께서 2번 타자와 선발 임무를 맡겨주셨다.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이날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절친과 함께였기에 추억도 더 쌓였다. “함께 테이블 세터에 들어간 걸 보고 도영이랑 ‘그림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한 그는 “2번째 타석에서 (40호 도루 때문에) 뛴 건 알고 있었는데 2S에서 스트라이크가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스윙했다. 도영이가 열심히 뛰어준 덕에 내야 안타가 됐다. 고맙다”고 웃기도 했다.
나아갈 일만 남았다. “3안타를 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원하는 타구 질은 아니었다. 운이 따라서 좋은 코스가 나와 안타를 쳤다. 저도 제 자신을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팀이 앞둔 한국시리즈도 내심 욕심이 나는 큰 무대다. 그는 “대주자, 대타, 대수비 모두 가능하다. 남은 경기에서 감독님께 제 최고의 모습, 100%를 보여드려야 가능성이 있을까 말까 하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 벌써 3년 차다. 부상으로 쉬었지만 매년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과정에 후회는 없다”며 “이제는 가능성을 보일 때가 아니라 증명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광주=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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