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였던 승리, 아쉽게 놓쳤다.
설현준 9단은 5일 중국 지린성 옌지의 농심 백산수 공장에서 열린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국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304수 만에 백 반집패했다.
‘한·중·일 바둑 삼국지’ 농심신라면배는 바둑 종목 최대 규모의 국가대항전이다. 각국 대표팀은 5명으로 꾸려진다. 승리하는 선수는 계속 경기를 펼치고 지는 선수는 그대로 탈락하는 연승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팀이 내놓는 ‘첫 타자’가 맞붙는 선봉전에 기선제압이 걸려 있는 이유다. 한국의 대회 5연패에 도전하는 홍민표 감독은 전날(4일)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 주저없이 설현준 9단을 제1카드로 꺼내들었다. 이에 맞서 한국 상대로 낙점된 중국의 위빈 감독은 커제 9단의 이름을 꺼냈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올해로 10회 연속 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커제9단은 ‘에이스’를 상징하는 마지막 주자 역할만 5번을 수행했다. 그 중 2번(17·21회) 중국 우승 마침표를 찍었던 주인공이다. 전성기에 비해 최근 폼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확실한 카드로 기선제압하겠다는 중국의 계산이 담긴 오더였다.
지난해에 이어 치열한 대표 선발전을 뚫고 2연속 태극마크를 짊어진 설현준 9단도 물러설 수 없었다. 지난 대회에서 일본 쉬자위안에게 1경기 만에 패하며 퇴장했던 아쉬움을 달래고, 기쁨의 첫 승을 따내겠다는 의지를 반상에 펼쳤다.
초중반까지 팽팽하게 버티던 설현준 9단은 중후반, 상대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조금씩 앞서며 분위기를 리드하기도 했다. 한때 인공지능 승부예측도 설현준 9단의 승리에 높은 확률을 부여했을 정도.
뒷심이 조금 달렸다. 실수를 주고 받으면서 반집 승부가 이어졌다. 결국 끝내기에서 역전을 허용해버렸고, 통한의 반집차 패배를 막지 못했다. 두 대회 연속 개막전 패배라는 아쉬운 결과가 남았다.
한편, 커제는 21회(2019∼2020년) 대회에서 한국의 박정환 9단을 꺾은 후 5대회 만에 승리를 추가해 통산 전적 3승5패를 마크했다.
개막전부터 선수 한 명을 잃은 한국은 커제와 일본의 선봉 히로세 유이치 7단이 맞붙는 6일에는 숨을 돌리며 팀 정비에 나선다. 이후 이날 승자와 한국의 2번째 주자가 7일 대회 3국을 펼친다.
한편,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2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1국에서는 김종수 9단이 일본 왕밍완 9단에게 212수 만에 백 불계승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김종수 9단은 6일 2국에서 중국 루이나이웨이 9단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상대전적은 1승1패로 호각세다.
옌지=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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