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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없이도 찬란하게 빛난다… 패럴림픽 태극전사들의 ‘무한도전’

입력 : 2024-09-05 15:19:54 수정 : 2024-09-05 15: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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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인 사이클 대표팀의 김용기가 트라이-사이클 경기를 마무리 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파리공동취재단

 

결과보다 값진 도전, 그들에게 한계는 없다.

 

뜨겁게 마무리된 2024 파리올림픽의 영광을 잇는 패럴림픽.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은 장애인 체육인들의 열정이 여전히 파리를 달군다. 결국 메달에 시선이 쏠리는 국제대회라지만, 우리 선수단은 가슴을 울리는 각자의 사연과 태극마크를 함께 품고, 지금 이순간에도 파리 곳곳을 바쁘게 누비며 감동적인 도전을 펼치고 있다.

 

◆멈춤 없는 페달질

한국 장애인 사이클 대표팀의 이도연이 핸드사이클 경기를 마치고 밝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파리공동취재단

 

사이클 대표팀의 김용기는 한국 트라이-사이클 최초 패럴림픽 출전 역사를 썼다. 트라이-사이클은 몸을 가누기 힘들어 쉽게 균형을 잡기 못하는 선수들이 타는 특수 제작 자전거로, 명칭 그대로 바퀴가 3개다. 출생 직후 뇌병변 장애를 입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넘어지면서 두발 자전거를 배울 만큼 의지가 남달랐다. 대학 진학 후 재활운동을 하다가 다시 사이클을 접해 여기까지 왔다.

 

2020 도쿄 패럴림픽(2021년 개최)에서 아쉽게 티켓을 놓쳤다. 이번에는 막판 극적으로 쿼터를 따내 불혹의 나이로 새 역사를 썼다. 남자 도로독주(타임 트라이얼) 스포츠등급 T1-2 경기에서 14.1㎞ 코스를 29분41초83로 뚫는 감동의 완주를 선보였다. 의사소통이 힘든 그는 바짝 마른 입으로 이영주 감독을 통해 “최선을 다했다. 순위가 잘 나오면 좋지만, 첫 경기 완주에 만족한다”며 가슴을 울렸다.

 

사이클 대표팀의 ‘철의 여인’, 유일한 여성 선수 이도연도 혼신의 레이스를 펼쳤다. 꽃다운 스무살에 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얻은 그는 뒤로 누워 다리가 아닌 손으로 페달질을 하는 핸드사이클을 탄다. 4일 여자 도로독주(타임 트라이얼) 스포츠등급 H4-5 경기에 출전해 14.1㎞ 코스를 28분36초01로 돌파해 13명 중 11위를 기록했다.

 

장애등급 4등급과 5등급 통합으로 경기가 진행돼, 더 높은 장애를 가진 이도연에게 불리했던 환경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감동의 완주를 선보였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언제 끝나지’란 생각을 하지 않고, ‘벌써 이만큼이나 왔네’라고 생각했다”며 “큰 딸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년엔 할머니가 된다. 할머니 선수로도 출전하겠다”고 밝게 웃었다.

 

◆인간승리

한국 골볼 대표팀이 2024 파리 패럴림픽 경기를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파리공동취재단

 

김희진, 김은지, 박은지, 서민지, 심선화, 최엄지로 구성된 골볼(시각 장애인들이 눈을 가리고 청각과 촉각만으로 공을 굴려 골대에 집어 넣어 득점하는 종목) 대표팀은 1988년 서울,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 이어 28년 만의 패러림픽 출전을 일궜다. 지난달 31일 조별예선에서는 프랑스를 5-1로 잡아 28년 만의 승리도 빚어냈다.

 

아쉽게 7위로 마침표를 찍은 정은선 감독은 “28년 만에 큰 무대를 밟아 나도 선수들도 모두 긴장을 많이 했고, 감회가 새롭다”며 “2028 로스앤젤레스 패럴림픽 때는 더 많이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장애인 투포환의 ‘작은 거인’ 정지송은 한국 투포환 사상 첫 패럴림픽 출전에 성공해 5위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국내 유일의 왜소장애 선수인 그는 눈물과 함께 4년 후를 기약하며 “국내에서 (왜소장애 선수로는) 혼자 (육상을) 하다 보니 외롭다. 혼자만의 싸움이다. 육상 선수도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보냈다.

 

이외에도 64세의 나이로 한국 최고령 선수에 이름을 올린 양궁 대표팀의 김옥금은 단식과 혼성 모두 4위로 아깝게 시상대를 놓쳤다. 하지만 노장의 품격을 보여주며 파리에서 멋진 ‘라스트 댄스’를 수놓았다.

 

한국 장애인 투포환 대표팀의 정지송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파리=파리공동취재단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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