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생존력 갑’ 아줌마 연기를 하던 배우 이정은이 이번엔 감정과 거리가 먼 무미건조 그자체를 연기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그에게 여유가 필요할 때 선물처럼 다가온 작품이었다.
이정은은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3일 공개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이정은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들며 해결하는 강력반 에이스 출신의 파출소장 보민으로 분했다. 보민은 범인을 잡고 싶은 술래 본능을 가진 인물로, 남다른 촉으로 사건에 접근하며 이야기에 또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정은은 작품 속 본인의 활약에 대해 “필요한 만큼 딱 나온 것 같다. 저도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4회까지밖에 못 받았다”며 “순경 역할이 작품에서 많은 활동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원고를 받았을 때 일에 번아웃도 왔을 때였다. 감독님에게 ‘제복이 어울릴까요?’ 했는데 괜찮다고 해주셔서 해보겠다고 했다. 오히려 나중에 ‘제가 이렇게 사건에 개입을 많이 해요?’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정은은 “저는 (캐릭터 활약 면에서) 되게 좋았다. 늘 재기발랄하고 엄마로서 시끄러운 역할만 했는데 이런 움직임의 임무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결과적으로 나왔을 때도 재밌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가 끝난 후 이번 작품 제안을 받았다고. 그는 “당시 제주도에 오래 가 있었고 가족들과도 떨어져 있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생각을 할 때였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보민이가 좌천이 아니라 시골로 내려가서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여유를 가진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가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의도적으로 그런 연결을 잘 짓는 편이다.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번아웃을 해소했느냐는 질문에 이정은은 “그러진 않았다. 사람이 좀 쉬려고 하면 자기가 재밌어 하는 일에 호기심이 줄어야 되는데 저 역시 호기심이 안 줄더라”라며 “그래서 작품을 또 선택하게 되더라. 그래서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하게 됐다. ‘낮과 밤’으로 굉장히 신나게 (시간을) 보냈다”고 답했다.
이정은은 전작인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속 모습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에선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무미건조함을 연기했다. 이정은은 “제가 배우 경력에서 처음 영상으로 넘어왔을 때 저는 주변과 친해지기 위해서 본능과 촉보다는 많이 노력을 했다. 그런데 이제 보민과 같은 나이가 되니까 관찰하게 된다. 먼저 말하지 않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보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악당을 맡고 있는 고민시를 보거나 사건에 괴로워하고 있는 김윤석 선배도 연기하시면서 굉장히 괴로운 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당하는 사람은 연기를 하면서 고통의 시간이 있다. 그들 사이에 오가는 감정의 파고를 이성적으로 지켜보게 되더라”라며 “그것들을 보는 게 재밌었다”고 떠올렸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과정도 밝혔다. 이정은은 “감독님을 만나기 그 이전에 누가 어떤 작품을 해보자고 그랬는데 그때 그 역할이 순경이었다. ‘내 나이 또래에도 이런 역할이 오네’라고 생각했는데 그 작품이 결국 제작이 안 됐다”며 “그래서 농담으로 주변에 제가 ‘순경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그랬더니 저희 대표님이 감독님과 친분이 있어서 전달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감독님이 저한테 순경 역할이 필요한데 해줄 수 있냐고 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는 “옷만 예쁘게 입을 수 있다면 좋다고 했다. 제복이 매력 있지 않나. 그런 매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제복 핏은 마음에 들었냐는 물음에 그는 “괜찮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불렀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 탓에 다소 호불호 갈리는 반응도 나온다. 이정은은 “두 가지 얘기로 보면 다 재밌을 것 같은데 속도를 내고 있는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가) 딱 들어오니까 이 부분에서는 좀 늦춰지는 거 아니냐는 반응들도 많이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왜 그렇게 (이야기가) 달려야 될 시점에 과거 얘기가 들어와서 사건을 떨어뜨려 놓는 걸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모완일 감독님이 그 모든 것을 계획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도를 신인 감독이 하기는 되게 어렵지 않나. 스타 감독이 왜 굳이 이러한 포맷을 유지할까. 어떤 생각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펜션에서 사건이 벌어져서 피해를 당했는데 머릿속으로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고민이 과거하고 자꾸 충돌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이 사람이 달릴 건가 말 것인가를 완급 조절하게 되는 역할로서 장면들을 되새김질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작품에 대한 반응은 물론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의 기사 등을 인터넷으로 적극 찾아본다고. 바쁜 시간에도 그렇게 찾아보는 건 웬만큼 애정이 있어야 가능할 터다. 이정은은 “애정인 건 맞다. 같이 작품을 했던 사람들은 동시대에 나와 같이 움직이는 배우들이지 않나”라며 “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저도 빛나는 거다. 영화 ‘기생충’ 할 때쯤에 저는 그런 책임감을 잘 못 느꼈었는데 송강호 선배님이 우리 영화가 어떤 사람들이 좋아하고 어떤 평을 듣고 있다는 것들을 자주 얘기를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더불어 그는 “내가 참여한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고 또 이 사람들이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격려해주고 응원해줘야 된다는 생각도 들고 저도 역시 격려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했었던 친구들이 ‘언니 낮밤 너무 좋아요’ 이러면 저도 현장에 갔을 때 응원을 받는 기쁨이 있다”고 작품은 물론 동료 배우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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