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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뉴진스 하니 커버 무대 이슈와 언론미디어 속성

입력 : 2024-08-26 07:00:00 수정 : 2024-08-25 10: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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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본 TBS 음악프로그램 ‘CDTV 라이브! 라이브!’에서 걸그룹 뉴진스가 다시 한 번 옛 J팝 명곡들을 불렀다. 각 멤버별로 하니는 튜브의 ‘Season in the Sun’, 민지는 지난 도쿄돔 팬미팅 때와 같은 바운디의 ‘무희’, 해린이 우타다 히카루의 ‘Automatic’, 혜인은 스피츠의 ‘Cherry’를 불렀고, 다니엘만 J팝에서 벗어난 미국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삽입곡 ‘Part of Your World’를 커버했다. 애초 해당회차 기획부터가 ‘명곡 라이브! 라이브! 스페셜 메들리’였기에 기획의도와 맞는 팀으로서 뉴진스가 선정됐단 인상이 강하다.

 

지난 6월 뉴진스 일본 팬미팅과 7월 니혼TV 음악프로그램 ‘더 뮤직데이 2024’에서 피로한 하니의 ‘푸른 산호초’가 그만큼 미디어 화제로서 크게 다뤄지며 팀 자체 인상이 강하게 각인됐단 식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인상이 향후 뉴진스 일본시장 진출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진 알 수 없지만, 일본인 멤버가 속해있지 않아 언어소통 등 문제로 각종 일본 예능프로그램 등에서의 활약과 그를 통한 대중 확장성에 한계를 보여 온 뉴진스로선 이런 식으로라도 일본미디어와 접점을 만들어냈단 점 자체에 의미를 둘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같은 계기를 만들어낸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지금 돌이켜봐도 여러모로 참 특이한 현상이었다. 특히 이를 다룬 언론미디어 측면에서 그랬다. 6~7월 걸쳐 국내 언론미디어는 ‘하니의 푸른 산호초 열풍’을 앞 다퉈 다루며 ‘열풍’ 근거로 원곡가수 마츠다 세이코의 1980년 오리지널 곡 음원차트 성적을 제시하곤 했다. 그런데 사실 보도 릴레이가 이어지던 시점 뉴진스 일본 팬미팅 커버무대에서 가장 큰 음원차트 효과를 본 건 ‘푸른 산호초’가 아니었다. 멤버 민지가 커버한 젊은 일본 싱어송라이터 바운디의 2021년 곡 ‘무희’였다.

 

멜론 일간차트 200위 내로 7월1일 처음 들어와 ‘푸른 산호초’보다 빨랐고, 차트 고점은 ‘푸른 산호초’가 118위로 근소하게 더 높지만 가장 열띤 보도가 이뤄지던 팬미팅 이후 3주 동안은 한 번도 ‘무희’보다 높았던 때가 없다. 한편, 차트에 관련 영상들 반향까지 반영해 대중유행을 더 격렬하게 보여주는 유튜브 뮤직차트에선 단 한 번도 ‘푸른 산호초’가 ‘무희’를 앞선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차이가 점점 벌어져 가장 최근인 8월16일~22일 차트에서도 ‘무희’는 62위인 반면 ‘푸른 산호초’는 100위권 바깥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물론 언론미디어의 보도가치 특성상 3년 전 곡의 역주행과 무려 44년 전 곡의 그것을 온전히 같이 놓고 반영할 순 없다. 그러니 후자 쪽에 초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실제 더 좋은 성적을 내온 ‘무희’ 쪽을 아예 언급하지 않은 것도 기묘한 얘기다. 더 큰 차원에서 보면, 애초 멜론 일간차트 100위권, 유튜브 뮤직차트 30위권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곡에 ‘열풍’씩이나 언급하는 것부터가 난센스이기도 하다. 같은 J팝 중에서도 지난해부터 이마세나 아이묭이 이미 멜론 일간차트 100위권 진입에 성공하고, 요아소비의 ‘아이돌’은 유튜브 뮤직차트 1위까지 차지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찌됐든 이 같은 정황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은 다소 명확하다. 엄밀히 ‘푸른 산호초’ 열풍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던 상황이란 것이다. 그간 잠재돼왔던 하니의 스타성이 적절한 ‘헤메코’와 선곡을 통해 포텐셜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단 것. 그러니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영상만 유튜브 등에서 맹렬히 소비될 뿐 원곡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특별히 이어지진 않았던 셈이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은 한일 공통이어서, 애플뮤직재팬 등 일본 음원플랫폼 차트 상황 역시 한국의 그것과 사실상 일치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언론미디어 입장은 달랐다. 어떻게든 마츠다 세이코란 이름이 끌려나와 그에 초점이 맞춰져야만 상업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한일 양국서 모두 그랬다. 한국선 쇼와시대 말엽 1980년대 일본에 대한 각자 지식들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장이 열렸고, 일본선 기성세대 노스탤지어와 함께 나름의 ‘국뽕’도 가능해졌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사회문화적 의미를 부여해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허탈하다. 그저 돌고 도는 유행산업 한복판에서 벌어진 그럼직한 에피소드 정도다. 이른바 ‘스타의 탄생’ 말이다.

 

끝으로, 하니의 ‘푸른 산호초’와 이번 ‘Season in the Sun’ 커버무대 관련 짐짓 아이러니한 부분을 짚어볼 만하다. ‘푸른 산호초’ 보도 열풍 당시 상당수 언론미디어가 마츠다 세이코를 ‘일본 버블시대의 대표적 아이돌’ 라벨로서 소개했었다. 그런데 마츠다는 일본서 그런 식으로 분류돼본 일이 없다. 일본 버블시대는 엄밀히 1986년 12월부터 1991년 2월까지로 규정된다. 그러나 마츠다의 전성기는 대략 1980~88년 정도로 버블시대를 돌이켜볼 때 떠오르는 아이콘이라 보긴 어렵단 것. 나아가 ‘푸른 산호초’가 나왔던 1980년과 그 이듬해 정도까진 제2차 오일쇼크 여파로 일본도 경기부진을 맞이했던 때다.

 

이에 일본서도 관련 한국 보도들을 보며 마츠다 세이코가 버블과 무슨 상관이냐는 불만들이 나왔는데, 이런 반응도 따지고 보면 한국선 막연히 일본경제 최전성기의 풍요로운 시절로서 버블시대가 인식되는 반면 막상 일본선 딱히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혼란스러운 시절로 기억되기 때문이 크다. 당시 버블은 엄밀히 부동산과 주식 버블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일반서민들은 주택구매를 꿈도 못 꿀 정도가 돼 대신 ‘내일은 없는’듯한 무분별한 소비주의 풍조로 옮아갔고, 주식시장 과열과 함께 정상적 노동 가치는 폭락하는 가치관 혼란도 함께 맞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사회풍조 자체는 오히려 흉흉했다.

 

그런데 사실 19일 하니가 피로한 튜브의 ‘Season in the Sun’이야말로 일본선 버블풍조를 대변하는 노래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일단 노래 자체가 1986년 나오기도 했고, 여름철 해변의 낭만을 주로 노래하던 튜브는 당시 시대정서와 맞물려 정확히 버블시대 동안 인기를 키워나가 정상에 오른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언급하는 언론미디어는 없다. 다른 게 아니라, 해당 스토리는 얼마 전 한 번 ‘팔았던’ 스토리라 그렇다. 그런 점에서 두 달 간격으로 ‘푸른 산호초’와 ‘Season in the Sun’을 넘나든 하니의 커버무대 이슈는 대중문화 유행보단 오히려 언론미디어 속성을 더 잘 드러내는 이슈였다고도 볼 만하겠다.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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