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냈다!
내야수 김도영(KIA)이 새 역사를 썼다. 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그것도 최소 경기 기록을 갈아 치우며 30-30클럽(30홈런-30도루)에 가입했다. 30-30은 호타준족을 상징하는 수치다. 파워(콘택트 능력)와 스피드(주루 센스)를 모두 겸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단 8명만이 밟았다. 김도영이 역대 9번째이자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이후 9년 만에 바통을 이어받은 것. KIA 소속 선수로는 1997년 이종범, 1999년 홍현우에 이어 세 번째다.
많은 팬들이 기다렸던 장면이다. 김도영은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서 크나큰 아치를 그렸다. 시즌 29번째 홈런이었다. 이미 30개의 도루를 채운 상황. 이제 홈런 한 개만 더하면 30-30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아홉수는 질겼다. 7경기 연속 홈런 시계가 돌아가지 않았다. 대기록이 걸린 만큼 상대 배터리의 견제가 심해졌다. 단순한 홈런이 아니다. 이강철 KT 감독은 “김도영에게 홈런 맞으면 9시 뉴스에 나온다고 하니깐 투수들이 엄청 잘 던지더라”고 웃기도 했다.
도전이 길어질수록 당사자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을 터.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나오면서 지켜보는 팬들의 긴장감도 더욱 고조됐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도 마찬가지. 3번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엔마누엘 헤이수스의 3구를 받아쳤다. 시속 133㎞짜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으로 들어온 것을 노려봤다. 잘 맞은 듯했으나 좌측 폴대 바로 옆 천막에 맞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세 번째 타석에서 기어이 대포를 쏘아 올렸다. 팀이 3-1로 앞선 5회 초 1사 1루였다. 헤이수스의 초구를 제대로 공략했다. 시속 149㎞짜리 직구였다. 쭉쭉 뻗어간 타구는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에 빛나는 대형 홈런이었다. 타구를 끝까지 지켜보던 김도영은 홈런임을 확인한 뒤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동료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김도영을 향해 격한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놀랍다. 역대 최연소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03년 10월 2일생인 김도영은 20세 10개월 13일의 나이로 30-30을 신고했다. 종전 최연소 기록인 1996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의 22세 11개월 27일을 약 2년 앞당겼다. 최소경기 만에 달성한 진기한 기록이기도 하다. 김도영은 111경기서 30-30을 완성했다. 종전까지 최소 경기 기록은 2015년 테임즈가 마크한 112경기였다. 딱 한 경기 줄였다.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