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에 휩싸인 여성 복서 이마네 칼리프(알제리)가 자신을 향한 혐오와 학대를 멈춰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5일 미국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올림픽 헌장에 따라 어떤 선수도 괴롭히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선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을 파괴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생각과 영혼을 죽일 수도 있다. 사람들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며 “비난하는 것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칼리프는 또한 자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알고 있지만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가급적 외부 평가에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며 “소셜미디어를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이틀은 가족들과 연락하는데, 그들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가족들은 날 걱정하고 있다”며 “신의 뜻대로라면 이 위기는 금메달로 끝날 것이고, 이것이 가장 좋은 대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올림픽 위원회가 나에게 정의를 실현해 준 걸 알고 있으며 진실을 보여준 이번 결정에 기쁘다”며 IOC에 감사를 표했다. 다만 도핑테스트 외 다른 테스트를 받았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칼리프는 이번 올림픽에서 대만의 여자 복서 린위팅과 함께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두 사람은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 앞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XY염색체를 갖고 있다”며 “금지 조치는 세계 선수권 대회의 ‘공정성과 성실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여자부 복싱 경기가 시작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복싱 여자 66㎏급 16강에서 칼리프와 만난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는 1라운드 46초 만에 기권을 선언했다. 당시 카리니는 “이런 펀치를 전에 느껴본 적이 없다. 두 번째 펀치를 맞은 후 나는 코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고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보이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 경기는 대등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경쟁이 아니었다”며 출전을 허용한 IOC의 결정을 비판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남성 유전적 특성을 가진 운동선수는 여성 경기에 참가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성 운동선수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직접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직접 만나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칼리프와 린위팅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허용한 IOC의 생각은 확고하다. IOC는 칼리프 경기 이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두 선수가 받는 학대 행위에 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바흐 위원장도 “두 선수는 명확히 여자 선수로 정의할 수 있다”며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칼리프와 린위팅은 나란히 동메달을 확보했다. 칼리프는 8강전에서 헝가리의 언너 루처 허모리에게 5-0 판정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알제리 최초의 올림픽 여자 복싱 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린위팅도 복싱 여자 57㎏급 8강전에서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를 5-0 판정승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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