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병장’ 조영재(국군체육부대)가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며 한국 사격 역사를 새로 썼다.
조영재는 5일 프랑스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25m 속사권총 남자 결선에서 합계 25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은메달을 따낸 조영재는 생애 첫 올림픽에서 포디움에 서는 영광을 누렸다. 한국 사격 선수 중 올림픽 속사권총에서 메달을 거머쥔 건 조영재가 처음이다. 조영재의 은메달로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 6개(금메달 3개·은메달 3개)를 획득해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무명의 반란
조영재는 이번 대회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다. 세계랭킹 37위로 이번 대회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낮았다. 올해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 경험도 많지 않았다. 때문에 조영재의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조영재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4일 예선에서 29명 중 4위로 상위 6명이 겨루는 결선행을 확정했다. 결선에서도 무서운 기세를 이어갔다.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과 대결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대담하게 사격을 이어갔다. 조영재는 3시리즈에서 5발을 모두 표적에 명중하며 합계 11점으로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한 명씩 최하위가 떨어지는 4시리즈에선 4발을 맞혀 15점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후 조영재는 7시리즈에서 3발에 적중해 24점으로 2위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금메달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시리즈에서 먼저 사격을 한 리웨훙이 5발을 다 맞혀 1위를 확정했다. 조영재는 1발을 추가해 25점으로 은메달을 가져갔다.
◆천문학자 꿈꾸던 소년, 올림픽 메달리스트 되다
조영재는 어린시절 공부를 즐기는 학생이었다. 독서와 하늘의 별을 좋아해 천문학자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친한 형을 따라서 사격장에 갔다가 사격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원래 공기소총 10m 선수로 뛰었지만 한국체대 진학 후 빠른 경기 속도에 반해 속사권총 전문으로 나섰다. 대학 졸업 후 경기도청에 입단한 뒤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속사권총 2관왕이자 학교 선배인 김서준(현 부산시청)의 조언으로 기량이 부쩍 성장했다. 국내 최강자인 세계 4위 송종호(IBK기업은행)에 가려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지만 묵묵히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파리에서 마침내 결실을 봤다.
다음달 19일 만기전역 예정인 조영재는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조기 전역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만기 전역하겠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조영재는 “동기들도 좋고, 부대 감독님들도 감사하게 다 좋은 분이다.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며 “(만기 전역까지)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부대에서 동기들과 같이 시간 보내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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