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인터뷰] ‘데뷔 26주년’ 박기영 “음악으로 배신 않을 것”…일렉·팝페라→록·재즈까지 한계 없는 스펙트럼

입력 : 2024-08-03 14:09:00 수정 : 2024-08-03 14:29:3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진=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2년 전 이맘때쯤 제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음악하는 사람으로 이만큼 살았는데 내가 좋아해서 한 음악인데 주제 넘게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어떻게 감사함을 표현하지? 근데 제가 스타일이 아기자기하지 못하고, 오그라드는 거 못하고 되게 쿨해요. 관종도 아닌 데다가 무대에서 말고는 주목받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내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한테 정말 감사하고 그 이상으로 제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꼭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표현을 해야 되지? 그래, 음악만으로는 정말 배신하지 않는 사람이 돼야겠다.”


지난해 데뷔 25주년 맞이한 ‘국가대표 디바’ 박기영. 시원하고 내공 넘치는 보컬과 함께 발라드, 모던록, 일렉트로닉, 팝페라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데뷔 25년이 넘었음에도 매번 자신의 한계를 도전하는 박기영. 지난해 일렉트로닉 앨범인 ‘매직트로니카(Magictronica)’와 베스트 앨범 ‘러브 유 모어(Love You more)’ 발매에 이어 이번엔 클래식 크로스오버 앨범이다. 

 

7월 선공개된 ‘위대한 꿈’은 이번 클래식 크로스오버의 시작을 장식하기 충분했다.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 중 ‘목성, 환희를 부르는 자’의 중반부 멜로디에 박기영이 새롭게 쓴 가사를 붙인 특별한 곡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합창과 더불어 힘차고 매끈하게 치솟는 박기영의 가창이 짜릿한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스포츠월드와 만난 박기영은 “자국민들에게 국가 이상의 에너지와 힘을 안겨주는 ‘넬라 판타지아’와 같은 곡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위대한 꿈’을 작업한 배경을 밝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래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작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박기영은 “작년부터 가사를 쓰려고 했다. 가사를 쓰려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뭔가 뭉클하게 올라와야 하지 않나. 인류애 같은 게 끌어올라와야 되는데 안 되는 거다”라고 웃었다. 1년 가까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박기영은 “차라리 영어로 부를까. 그럼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그러면 원래 생각했던 취지랑 벗어나지 않나”라고 고민한 배경을 털어놨다. 


곡 작업의 활로가 되어준 건 다름 아닌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돌아온 딸이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하며 외국을 부러워했다는 것. 박기영은 우리나라의 5천년 역사를 알려주며 딸에게 한국 또한 다른 강대국 못지않은 역사와 전통, 문화를 갖고 있다고 가르쳤다. 평상시에도 딸은 또래 친구들과 유튜브 등을 통해 국내 이슈를 알게 된 후 어른들끼리의 갈등을 언급하며 누군가를 쉽게 손가락질하는 일이 많았다. 딸의 입장에선 한마디로 ‘어른들이나 잘해’라는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근현대사도 소재가 되자 박기영은 딸에게 서울 시내 5대궁 도슨트 투어를 하자고 제안했다. 근현대사도 좋지만 우리의 역사를 가까운 조선시대부터 현장 체험을 통해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던 것. 그렇게 해서 박기영은 딸과 함께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경복궁부터 덕수궁까지 서울 시내 5대 궁투어를 다녔다. 박기영은 “이제 우리 딸이 대한민국을 굉장히 사랑하게 됐고 자랑스러워 한다”고 뿌듯해 했다. 아울러 “딸이 창경궁 역사에 굉장히 가슴 아파했다. 대한제국 고종·순종 대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애가 울더라”라고 덧붙였다. 

 

박기영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려면 저도 공부를 같이 해야 된다. 그래서 저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이라며 “아이가 이야기하는 부족한 어른들의 모습을에 대해서 대신 사과하고 ‘엄마라도 열심히 해볼게. 엄마가 잘할 수 있다고 말은 못하지만 그 대신에 노래라도 만들어볼게’ 이렇게 된 것”이라고 ‘위대한 꿈’ 가사 작업이 진척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박기영은 가사를 한줄씩 써내려갈 때마다 매일 하교하는 딸에게 피드백을 받았다고. 


박기영은 “실제로 가사 작업이 꽤 걸렸다. 크로스오버 앨범 전체로 봤을 때 창작곡은 두 곡밖에 없고 심지어 ‘위대한 꿈’은 멜로디를 클래식에서 가져온 거니까 제가 가사만 쓰면 됐다. 나머지는 외국어 공부 열심히 해서 노래만 잘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게 힘들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거창한가. 진심으로 마음이 닿지 않으면 그 가사를 절대 쓸 수가 없더라”라고 덧붙였다. 


‘위대한 꿈’을 통해 박기영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지금 이 시기가 우리에게 최고의 기회이자 또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K팝이나 영화, 드라마 등 잘 되는 게 굉장히 많이 있지만 소외되는 것도 너무 많다. 음악계도 중간이 비었다. 미들 급이 없다. 굉장히 극단적이다. 지금 어딜 가든 그렇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중간급에 다양한 시도, 다양한 표현이 계속 있어야 된다. 극단적인 수직으로 줄 세우는 게 아니라 이 중간을 채우는 것만이 위기가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위대한 꿈’ 노래 중 “그대와 나의 꿈은 하나”라는 가사를 언급하며 “우리는 하나니까 다 같은 생각을 갖고 동조해야 된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가 서로를 이끌고 스펙트럼을 균일하게, 미들급을 탄탄하게 만들어서 위기가 오지 않게끔 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더불어 “저는 제가 음악계에서 미들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랫동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제가 톱스타도 아니고”라면서도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된다. 그래야 다양한 사고들이 공존하고 안전하게 갈 수가 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여기서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박기영은 지난해 본인의 히트곡들을 묶은 베스트 앨범 발매 직후 “베스트 앨범 16곡 녹음을 아예 다시 했다. 그걸 하고 나니까 약간 기력이 빠지더라”라고 고백했다. 그는 “가수들은 한참 어렸을 때 활발하게 활동했던 곡의 소유권을 본인이 작사·작곡 했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갖고 있지 않다”며 과거 본인 노래들의 저작인접권이 당시 소속사에 묶여 있다고 밝혔다. 박기영은 일렉트로닉 앨범-베스트 앨범-크로스오버 앨범까지 이어지는 본인의 25주년 프로젝트를 두고 “내 음악을 계속 이어갈 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권리를 스스로 찾자 싶어서 새롭게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지난해 박기영이 출연한 유튜브 콘텐츠 ‘킬링보이스’ 때도 과거 앨범의 저작인접권을 보유한 관계자가 그 권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화이트리스트 해결이 안 됐다고.

 

그렇게 해서 새롭게 녹음한 베스트 앨범의 노래들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원곡 그대로의 느낌을 표현했다. 박기영은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 원곡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당시 앨범 작업에 몰두했다. 박기영은 “앨범 낸 이후에 노래들이 유튜브 순위권에 올라오더라. 지금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조회 수가 200만이 넘었다. ‘시작’, ‘마지막 사랑’, ‘나비’ 이런 곡들을 베스트 앨범 버전을 많이 들어주시는 거다. 너무 감사했다. 같은 노래라도 베스트 앨범을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0월에 발표될 크로스오버 앨범에도 특별한 노래가 담긴다. 2016년 KBS2 ‘불후의 명곡’에서 박기영이 불렀던 ‘넬라 판타지아’는 현재 유튜브에서 조회 수 3천만에 가까울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박기영은 “저번에 미니 앨범으로 냈던 ‘넬라 판타지아’에선 키가 낮다. ‘불후의 명곡’에선 경연으로 해야 하니까 한 키 올리고 끝을 터뜨려서 경연식으로 바꾼 건데 그걸 많이 좋아해 주셨다”며 “그래서 이번에 녹음을 했다. 깨끗한 클린 버전의 음원으로. 앨범의 1번 트랙”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박기영의 한계는 끝이 없다. 일렉트로닉, 베스트 앨범, 크로스 오버에 이어 그 다음은 록, 또 그 다음은 재즈를 계획하고 있다. 박기영은 “저는 은퇴 안 할 거다. 음악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하다. 계속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저는 애 엄마 말고는 음악 외에 다른 걸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겨우 낑낑거리면서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 저한테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하는 후배들이 많더라.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나도 그렇게 잘해온 것 같진 않은데. 그렇게 성공한 케이스도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진짜 잘해야겠다. 열심히 해야겠다’ 동기 부여가 된다”고 미소 지었다. 

 

아직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많다는 박기영은 “재즈도 제대로 음반으로 해보고 싶다”면서도 “크로스 오버까지 음반 3개를 해놓고 제가 결심한 게 있다. 당분간 음반 형태로 내지 않으려 한다. 너무 에너지를 많이 쓴다. 이러다가 내가 빨리 죽겠다 싶다. 싱글 형태로 하나씩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제가 이것저것 한다는 걸 그냥 받아들이시면 좋겠다”고 웃었다. 그는 “흔하게는 대중음악 장르랑 클래식 장르로 양분해서 간다고 보시면 가장 좋지 않을까. 제가 모던록에서 히트곡을 갖고 있는 여자 가수라는 걸 모르시는 분들도 계셔서 상기시켜드리겠다”고 자신했다. 


데뷔 26주년을 맞은 박기영. 과거를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지점도 많다고. 박기영은 “이불킥 해야 하는 순간들도 많다. 너무 몰랐고 너무 무지했고 무모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창피하다. 근데 그럴 수 없으니까 앞으로 잘 해야겠다”며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잘못했던 것들, 잘못 선택한 것들, 그로 인해서 내가 짊어져야 했던 결과들 최소한으로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어느덧 30주년도 머지 않았다. 그에게도 현재 남은 목표가 있을까. 

 

“음악을 정말 잘하고 싶어요. 정말 좋은 가사를 쓰고 싶고 저는 정말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그 원천이 저의 곡들로 나타날 때마다 감사해요.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직업으로 살 수 있어서요. 그 이야기가 단순히 저의 이야기만이 아닌 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가 되길 원하죠. 그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라는 것은 굳이 정의를 하자면 같은 곳을 바라봐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걸 하기 위해서 지녀야 하고 겪어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거든요. 괴롭고 힘들죠. 하지만 저는 그것마저도 굉장히 큰 축복이고 훈장이라고 생각해요.”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