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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Focus] 12년간 올림픽 정상…한국 남자 펜싱, 왜 강한가

입력 : 2024-08-01 15:00:00 수정 : 2024-08-01 16: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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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한국 펜싱 국가대표입니다.”

 

한국 펜싱은 강하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강렬했다. 특히 남자 사브르의 질주가 놀랍다. ‘에이스’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을 비롯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 등으로 이루어진, ‘뉴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파리 그랑팔레서 연달아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개인전, 단체전을 모두 접수했다. 한국 펜싱이 단일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건 2012년 런던(금2·은1·동3) 이후 12년 만이다.

 

사진=뉴시스/ 도경동이 1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준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 주몽의 DNA, SK의 전략지원

 

주몽의 후예라고 했던가. 기본적으로 남다른 DNA가 장착돼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번 올림픽만 하더라도 칼(펜싱), 활(양궁), 총(사격) 등 전투 무기와 관련된 종목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재능이라는 씨앗이 있다 해도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일은 또 다른 영역의 일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펜싱은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종목조차도 조금은 생소한, 우리와는 조금 먼 듯한 귀족 스포츠의 이미지가 강했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SK텔레콤이 대한펜싱협회장사를 맡았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을 시작으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신헌철 전 SK에너지 부회장을 거쳐 현재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까지 긴 시간을 함께했다. 누적 지원 금액만 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폭적인 지원은 한국 펜싱의 기폭제나 다름없었다. 펜싱을 널리 알린 것은 기본이다. 보다 많은 유망주들을 펜싱으로 이끌며 선수층을 탄탄하게 다져나갔다.

 

사진=뉴시스 / 오상욱이 1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마지막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를 확정한 뒤 구본길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 시야는 넓히고, 환경은 맞추고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넓어진 시야다. 국제대회 출전을 적극 지원했다.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과 국제그랑프리대회 등 각종 국제 대회에 파견하는 인원과 기간을 늘렸다. 과거 상위 랭킹 위주로, 일부만 나설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른 그림이다. 세계 최상위권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경기를 펼치는 것만큼 좋은 자극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회를 준비하며 선수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발전해나갔다. 차곡차곡 쌓이는 경험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체계화된 훈련 시스템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협회는 5000여만 원을 투입해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모의 올림픽 경기장을 마련했다. 최대한 파리올림픽 경기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신경 쓴 것. 경기 시간과 실제 진행 순서 등을 맞추는 것은 물론, 소음이나 오심 상황을 대비한 세부적인 부분까지 점검했다. 제대로 통했다. 종주국 프랑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선수들은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사진=뉴시스/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원우영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

 

◆ 마지막 퍼즐, 땀방울에 대한 인정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킨 것은 선수단의 땀방울이다. 피스트 위에서만큼은 모든 것은 쏟아 부었다. 그 순간만큼은 선·후배가 아닌, 오롯이 선수 대 선수로만 존재했다. 다른 종목에 비해 세대교체 또한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번 올림픽 단체전 당시 맏형 구본길이 흔들리자 후배 도경동이 “왜 자신감 없이 하느냐”고 지적한다. 이를 전해들은 구본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나이, 경력을 떠나 서로를 인정했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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