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를 덮친 ‘주연 배우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유아인부터 송하윤까지, 주연의 품격을 지키지 못한 이들의 행보에 애꿎은 관계자들만 유탄을 맞고 있다.
유아인이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30대 남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최근 고소당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해당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유아인을 입건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성이 성폭행한 경우 유사 강간죄가 적용된다.
고소장에는 고소인 A씨가 지난 14일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던 중 유아인으로부터 성폭행 당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집주인 B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유아인 측에 아직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지만 추후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마약 관련 내용은 고소장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관련 재판을 받는 만큼 마약 투약 정황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아인 측은 즉각 고소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유아인의 법률대리인 방정현 변호사는 “유아인과 관련한 해당 고소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아울러 사생활과 관련한 불필요한 추측을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가해자로 집주인 B씨가 아닌 유아인을 일관되게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엇갈린 진실게임을 시작한 만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KBS 출연 정지 등 자숙 시기를 거치고 있는 유아인이다. 2020년 9월∼2022년 3월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181차례에 걸쳐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4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찍어둔 작품들은 그야말로 적색등이 켜졌다.
당초 지난해 공개 예정이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는 재편집 과정을 거쳐 4월 공개됐다. 김진민 감독은 당시 인터뷰에서 “분량이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며 “많은 인물이 나오기에 유아인이 하는 역할 빠지면 이야기가 흔들린다. 가져갈 수 있는 부분들을 가져간 건 맞다”라고 언급했다. 이야기의 흐름상 삭제한 신은 한 두 개 정도이고, 길이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려 했던 영화 ‘승부’와 극장 개봉을 기다리던 ‘하이파이브’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두 작품의 제작비는 각각 150억, 200억으로 알려졌다.
승부는 스승과 제자이자 라이벌이었던 한국 바둑의 두 전설인 조훈현(이병헌)과 이창호(유아인)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그린 작품. 유아인이 마약 파문에 휩싸이면서 공개가 불투명해졌으나, 올해 초 넷플릭스의 공개 예정작이 나열된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콘텐츠’ 란에 다시 이름을 올려 공개를 예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이파이브는 다섯 명의 초능력자가 그들의 초능력을 탐하는 이들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문제는 종말의 바보 사례처럼 주연인 유아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편집으로 몇 장면 덜어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승부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기존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현재로서 작품의 공개는 잠정 보류된 상태”라며 “계약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구한다”고 답했다.
하이파이브의 배급사인 NEW 역시 관련해 따로 작품에 대해 밝힐 공식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2019년 촬영을 끝낸 영화 ‘출장수사’와 2020년 촬영을 마친 영화 ‘소방관’의 주연은 배성우, 곽도원. 두 사람은 2020년과 2022년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이들 영화의 소재는 형사와 소방관이다. 출연배우들의 윤리·도덕성과 직결된 사건 사고 이슈는 작품의 몰입도를 깰 수밖에 없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전성기를 누리던 송하윤은 학폭 논란 의혹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주연을 맡은 드라마 ‘찌질의 역사’도 편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드라마는 2022년 촬영을 완료했지만 남자 주인공 조병규가 학교폭력 가해 의혹을 받으면서 이미 한차례 공개가 보류된 바 있다.
“영화는 배우와 스태프 등 수 백 명이 모여 긴 시간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다. 일부 촬영이 있다면 보충 촬영을 하는 최대한의 방법을 할 수 있지만, (주연은)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연 배우’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데미지가 크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최근 ‘1947 보스톤’까지 등 한국 영화를 이끈 강제규 감독이 출연 배우 배성우의 음주운전 논란을 언급하며 꺼낸 이야기다.
일반 직장인은 1년을 일해도 만지기 어려운 돈, 억대의 출연료에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그게 주연의 무게다. 수 백억의 자본이 들어간 영화 ‘산업‘에 민폐를 끼친 이들. 순간의 일탈로 가볍게 치부할 일이 아닌 이유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각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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