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겪는 오디션의 허탈함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 상영회가 열린다. ‘왜 배우는 늘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가’라는 배우들의 원초적이며 끝없는 고민에서 출발한 ‘공수교대’ 배우의 감독 프로젝트의 첫 번째 상영회다.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한 614프로젝트는 ‘공수교대’라는 콘셉트로 제작한 단편영화 상영회를 22일 오후 4시 30분에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1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장재원 대표와 배우 한도협 등 몇몇 청년 영화인들이 모여 배우들이 겪는 오디션의 허탈함을 당연시하는 풍토에서 벗어나 배우가 주체가 돼 직접 감독과 시나리오를 선발하여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2023년 12월 ‘공수교대’를 슬로건으로 한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로 시작됐다. 다만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에 공모할 경우 배역과 배우를 미리 지정하여 시나리오와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우선 10~15분 분량의 단편영화 두 작품에 참여할 배우를 우선 선정했다. 약 20일간 진행된 시나리오 공모에는 89편의 시나리오가 응모돼 프로젝트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를 통해 젊은 배우들 못지않게 젊은 작가와 감독들의 갈증을 공감하게 됐고, 더욱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1등부터 89등까지 점수를 매겨서 1차로 8편의 시나리오를 선정했다.
그리고 초유의 ‘배우의 감독’ 오디션이 시작됐다. 8편의 시나리오별 감독 오디션에서 1차로 7명의 감독 후보자들을 선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감독 오디션에 나서는 감독 후보자들에게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얼굴사진만 공개한 상황이었고, 감독 오디션의 면접자로 나선 배우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그만큼 예리했고 힘들었다. 떨어진 감독에게 “파이팅하십시오”라는 격려의 인사도 놓지지 않았다.
최종 선택된 작품이 석보배 감독의 연출로 박현, 안나래가 출연한 ‘정거장’과 여준수 감독이 연출하고 한도협, 김예은이 출연한 ‘폐역’. 제작예산은 작품당 3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배우와 감독이 한팀이 돼서 각자의 언어와 생각을 공유하고 기획회의를 열고 콘티를 짜고 로케이션과 더불어 예산을 쥐어짰다. 시간이 곧 돈이었기에 비를 맞으며 강행군은 예사였다. 그렇게 첫 공수교대 단편영화가 탄생했다.
공수교대 프로젝트에 기획자이며 배우로 참가한 한도협은 “배우가 누군가가 쓴 글을 읽는 것은 정말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심사에서도 프로젝트의 원칙을 중시했고,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했다.
모든 것들이 버려지는 폐역에서 삶과 죽음이 만나 다시 삶으로 회귀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폐역’을 연출한 여준수 감독은 “머리 속에서 그린 그림의 해결을 위해 다른 사람의 영화를 보기도 했다”며 “오히려 남의 영화를 보는 것이 즐겁기도 했다”고 어려웠던 시간들을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청춘남녀의 일상에서 일과 삶의 애환을 담은 ‘정거장’을 연출한 석보배 감독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정거장은 잠시 멈추지만 결국 자신의 목적지로 도달한다”고 했다.
공수교대 프로젝트를 총괄한 장재원 614프로젝트 대표는 “어느날 오디션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면접장면이 반복 재생”되면서 “앞으로 면접은 피하겠다”고 다짐하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와 감독들은 한결같이 시즌2를 기약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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