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배 이상!”
프로축구 광주FC가 다시 기지개를 켠다. 지난 시즌 이정효 광주 감독을 중심으로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번 시즌은 6연패의 늪에 빠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2연승으로 다시 순위를 끌어올린다. 7승 1무 9패(승점 22)로 6위로 도약했다.
광주 부진의 중심엔 무너진 수비가 있었다. 광주는 지난 시즌 35실점으로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26실점으로 강원FC, 전북 현대(이상 27실점)에 이어 최다 실점 3위 팀이 됐다. 지난 15일 김천 상무전에서는 16경기 만에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달성하며 지난해의 기억을 되살려가고 있다.
중심에는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 허율이 있다. 193㎝의 탄탄한 피지컬을 자랑하는 허율은 금호고를 거쳐 2020년 광주에 입단해 올해까지 줄곧 최전방 공격수로만 뛰었다. 지난 시즌에도 33경기에 나서 3골 3도움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시즌에도 최전방 공격수로 시즌에 돌입했는데 지난달 갑작스럽게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 감독의 생각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프로 무대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고 허율도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4월 27일 수원FC전에서 센터백으로 처음 출전한 그는 5월 중반까지 다시 공격수로 나섰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인천 유나이티드전부터 센터백으로 본격적으로 출전하고 있다. 최근 4경기 연속 센터백으로 나서 새 포지션에 적응 중이다.
낯선 옷이기에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지만 점점 본인의 역할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 감독은 “허율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요즘은 그 재미로 산다”면서 “선수도 ‘센터백이 제 자리인 것 같다’고 할 정도다. 공격수로 출전하는 빈도는 줄어들 것이다. 공격수 허율과 수비수 허율의 몸값은 5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허율의 새 포지션 적응은 이적시장에서 빈손 위기에 처한 광주의 상황과도 맞물려있다. 광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새로 도입한 재정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연맹 재무위원회는 지난 1월 프로축구 K리그1, 2 25개 구단을 대상으로 올해 예산안을 심사했다. 광주만 올해 예상 수입을 너무 과도하게 잡아 승인받지 못하고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의 실제 수입이 예산안에 기재된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선수 추가 등록이 불가능하다.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추가 등록 기간(6월 20일~7월 31일)에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 위기 속에서 허율의 센터백 변신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 효과를 주고 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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