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쟁에 임하는 마음가짐, 그만큼 간절하다.
2024 파리 올림픽을 두 달 여 앞둔 지금, 한국 전통의 ‘메달 텃밭’ 유도 종목을 향한 관심사가 치솟고 있다. 5월 열린 아부다비 세계유도선수권에서 남자 김민종(+100㎏급), 여자 허미미(57㎏급)가 뜻깊은 금메달 2개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둘은 다가올 파리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세계선수권 남자 81㎏ 체급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낸 이준환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 석 자다. 2002년생으로 대표팀에서 막내 포지션을 맡고 있지만, 실력은 선배들 못지 않다.
2022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대표 선발전 예선부터 결승까지 치른 6경기 중 32강(반칙승)을 제외한 5판을 모두 한판승으로 장식하며 혜성 같이 등장했다. 시니어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트빌리시(조지아) 그랜드슬램과 울란바토르(몽골) 그랜드슬램까지 2연속 우승을 빚으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증명했다. 올해도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꾸준히 국제 무대에서 레벨을 높이고 있다.
세계랭킹 3위를 자랑하는 그에게 하나 아쉬운 점은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는 것.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소몬 마흐마드베코프(타지키스탄)에게 결승에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5월 세계선수권에서는 랭킹 2위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와의 준결승에서 탐탁지 않은 판정 끝에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 이어 2연속 준결승에서 같은 상대에게 패하는 아픔이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가 될 파리를 벼르는 배경이다. 13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준환의 표정도 사뭇 결연했다. 그는 “(아부다비) 세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못했다. 더 독기를 품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못 따면 죽는다는 각오”라는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도복 위에 두른 검은 띠에 적힌 좌우명,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도 그의 마음가짐이 묻어난다. 그는 “예전에 이 문구를 보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 말대로, 모든 것은 마음을 먹으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띠에도 그걸 적고 항상 떠올리며 열심히 훈련 중”이라고 전했다.
마음 속에 새긴 문구가 또 있다. 이준환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미쳐야 목표에 미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은 유도에 미쳐 있다. 다른 건 신경 안 쓰고 오직 유도에만 열중하는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남자 대표팀 황희태 감독이 펼치는 혹독한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을 버티는 정신적 원동력이다.
“(금메달을 위해서는) 모든 기술로 한판승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기술적인 측면도 강조한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 선수들을 넘길 수 있는 잡기와 기술 등을 떠올린다. 스텝을 밟고 좌우로 기술을 들어가는 타이밍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자이자 설욕의 대상인 그리갈라쉬빌리에 대해서도 “세계선수권에서 60% 우위에 있다는 느낌이었지만, 너무 넘겨서 이기려고만 하는 급했던 면이 있었다. 다음에는 침착하게 경기 운영을 통해 이기는 유도를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본 무대만 남았다. 진천선수촌에서 남은 훈련에 매진한 후, 다음달 18일 파리로 출국해 사전훈련캠프로 현지 적응에 나선다. 이후 30일부터 시작되는 81㎏ 체급 경기를 펼친다. 그는 “파리에서는 꼭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오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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