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인간의 실존이자 부조리”
대한민국 근현대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우리 현대사를 알리고 ‘정글만리’, ‘풀꽃도 꽃이다’, ‘천년의 질문’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뤘던 조정래 작가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황금종이’를 내놨다. 이 작품에서는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비극을 통해 황금만능주의로 비인간화 되어가는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조정래 작가는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황금종이’ 신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신작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주인공 운동권 출신 이태하는 촉망받는 엘리트 검사였으나, 재벌 비리에 대한 문제 제기로 축출되고 결국 인권 변호사가 된다. 돈에 얽힌 각종 사건들을 맡으며 돈이 인간에게 무엇인지, 어떻게 그 노예가 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인물이며, 한지섭은 이태하의 대학 선배이자 정신적 멘토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서 활약해 정치계에 입문하지만, 권력에 야합하는 운동권의 모습에 실망하고 귀농을 결심한다. 조정래 작가는 이 두 인물을 통해 ‘돈의 위력과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금종이는 제 문학 인생 중 제3기, 후반기를 시작하는 작품”이라며 “인간의 실존과 현실,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욕구 등을 탐구하고자 했다. ‘비극적인 현실이 왜 계속 기인하는가’를 평생에 걸쳐 생각했고, 집중해서 이번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부자로 살고싶다’, ‘잘 살고 싶다’라는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망, 곧 돈과 직결되지 않나. 이 돈이 인간을 어떻게 구속하고 어떻게 지배하는가, 인간은 왜 돈에 그렇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고 덧붙였다.
황금종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소설을 쓰기 전 손자에게 ‘황금종이, 이게 무슨 뜻일까’라고 물어봤는데, 처음에는 ‘어’하다가 2~3분 지나서 ‘아! 돈’이라고 맞추더라”며 “주변의 이런 반응들이 이 제목에 대한 만족도를 채워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돈이 얽힌 수십 가지의 사례들을 적으면서 우리의 모양이 어떤 꼴인가, 얼마나 짐승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또 이러한 세상에서 얼마나 바람직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 보여주고, 인물들을 창조해서 독자들에게 최소한이나마 소설적으로 구원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운동권 출신 이태하 변호사와 한지섭을 통해 삶의 탈출구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을 우리 스스로가 책임지는 것. 그것이 돈을 이겨내는 인간으로서의 노력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이 소설을 쓰면서 허탈했던 게 내가 이렇게 쓴 것들이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래도 ‘나 또한 실패하리라.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서 안 쓸 수는 없다’라고 하며 쓴 것이 이번 작품이다”라고 강조하기도.
차기작에 대해서는 “앞으로 쓸 작품이 내 문학 인생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내년이면 내 나이가 82살이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아서 생활 주변도 정리하기 시작했다”며 “우리의 영혼의 문제와 내세 불교적 세계관을 가진 작품을 쓰면서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진=해냄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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