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젠, 7년 만에 디렉터로 복귀
거대한 스토리 '세계혼 서사시'
내부 전쟁·심야·마지막 티탄 등
차기 확장팩 3종 선봬 시선집중
모바일 '워크래프트 럼블' 주목
중국발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지난 2019년 이후 4년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블리즈컨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라는 블리자드 최고의 스타를 재차 각인시키면서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여느 회차와 마찬가지로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3일(현지 시간)부터 이틀 동안 이어간 올해 블리즈컨은 말 그대로 와우로 출발해 와우로 끝났다. 4년만에 정식으로 개최된 블리즈컨이었지만 개막식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과거 회차에 비해 파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지 않기에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 법했으나, 구세주는 결국 와우였다. 잔잔함이 느껴지던 블리즈컨 현장은 ‘워크래프트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크리스 멧젠(Chris Metzen)이 등장하자 이내 환호와 함성으로 물결쳤다.
◆20주년 맞는 ‘와우’ 미래 모습은
블리자드의 주요 핵심 인사로 2016년 돌연 회사를 떠났던 크리스 멧젠이 7년만에 워크래프트(와우의 근간이되는 원작 판타지 게임) 유니버스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블리자드에 복귀해 블리즈컨 무대에 오르자 객석은 들썩였다. 그 자체가 블리즈컨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특히 내년에 ‘와우’가 시판 20주년을 맞는 만큼 미래를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할 대의명분도 작용했다. 멧젠은 “이처럼 중요한 순간을 기념할 수 있는 확장팩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다”며 “게임 초기의 신화적 요소 중 현재까지 플레이하면서 아직도 결말이 제대로 나지 않은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블리저(blizzer, 블리자드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들의 반응을 기대라도 했던 마냥 멧젠은 내년 출시 예정인 ‘내부 전쟁’(World of Warcraft: The War Within)을 비롯해 ‘심야’(Midnight)와 ‘마지막 티탄’(The Last Titan) 등 무려 3종의 차기 확장팩을 꺼냈다. 이를 하나로 아우르는 ‘세계혼 서사시’(Worldsoul Saga) 역시 블리즈컨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블리자드의 초창기 시절인 1994년 1월 입사한 크리스 멧젠은 각종 프랜차이즈(IP, 지식재산권)를 창안하고 관련한 이야기를 구상한 주역이다.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포함해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블리자드에서 만든 대부분의 게임은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쌓은 업적 중에서 최대 공적이라고 할 만한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인간 얼라이언스와 오크 호드의 대립을 그린다. 2004년에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와우로 라인업을 수직 확대했다. 와우는 20년이 흐른 지금도 ‘MMORPG 장르의 바이블’로 불리면서 막강한 팬덤을 구축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반드시 숙독해야 할 게임으로 꼽힌다. 실제 와우의 게임 세계관이나 디자인, 캐릭터·종족 등을 참고해 제작에 반영해온 사례는 부지기수다. 한국에서는 리니지와 아저씨를 합친 조어인 린저씨에 빗대, 와우 유저를 두고 와저씨(와우+아저씨)로 언급되기도 한다.
세계혼 서사시의 첫 번째 장이 될 내부 전쟁은 행성 지하 깊은 곳의 고대 네루비안 문명이 고개를 들고, 호드와 얼라이언스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동맹 종족인 토석인을 포섭해 떠나야 한다는 줄거리다. 심야는 1만년 전의 쿠엘탈라스를 무대로 잡는다. 세상을 어둠에 물들이려는 공허의 세력을 상대로 아제로스를 지키며 엘프 부족들의 분열을 막아내는 이야기다. 마지막 타이탄은 와우의 2번째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의 주무대인 노스렌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티탄 관리인들의 음모와 타락, 아제로스의 본질을 다룬다.
세계혼 서사시는 일종의 와우의 또 다른 미래를 열어갈 구심점이 된다.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와우 의 역사는 수 세대에 걸쳐 있고, 세계혼 서사시의 시작은 이 전설 같은 세계관에 대한 추억을 가진 이들이 이를 기념하고, 재탐색하고, 그리고 아제로스(Azeroth,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주요 무대가 되는 행성)라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우’ 반경 넓히기는 진행중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재해석한 모바일 처녀작 ‘워크래프트 럼블’(Warcraft Rumble)도 블리즈컨의 중심에 있었다. 블리즈컨 하루 전날인 2일 공식 발매된 워크래프트 럼블은 모바일 실시간 수집형 전략 게임(RTS) 장르에 속한다. 몰려오는 적을 공격하면서 영지나 목표를 지켜가는 타워 오펜스 스타일의 게임이다. TV와 유튜브 등에서 각종 CF 영상으로 한 번쯤 접해봤을 장르다. 이 시장은 슈퍼셀의 ‘클래시 로얄’이 주도하고 있다.
워크래프트 럼블은 3등신 미니어처로 변형된 워크래프트 속 영웅과 악당으로 병력(덱)을 짠 후 전투에서 전술적 역량을 발휘하는 게 골자다. 아제로스 영웅과 악당, 괴물로 구성된 65종 이상의 지휘관(미니)을 육성하고 지휘하면서 와우 초기의 여러 인기 지역을 접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70여개 임무로 짜여진 싱글(1인) 플레이어 캠페인이 이용자를 기다린다. 임무마다 고유한 도전 과제가 있어서 병력을 편성하는 능력이 관건이다. 연속으로 도전 과제를 수행하면서 던전도 공략할 수 있다. 길드에 가입하면 함께 모험하고 협동하면서 별도 보상을 얻는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유명한 실바나스를 신규 지휘관으로 추가했다. 와우의 초기 버전을 리메이크한 ‘와우 클래식’도 신규 ‘디스커버리 시즌’(Season of Discovery)과 3번째 확장팩 ‘대격변 클래식’(Cataclysm Classic)을 발표했다. 오는 30일 적용되는 디스커버리 시즌에는 새 기능과 독특한 규칙이 얹어진다. 기존의 와우 클래식의 직업으로는 사용할 수 없던 능력을 특별한 룬을 통해 다룰 수 있다. 룬 각인술로 한정된 수의 룬을 부여할 수 있고, 전투 중이 아닐 때는 교체하는 것도 가능해 실험적인 시도를 자극한다. 2024년 나오는 대격변 클래식은 개선된 레벨링과 던전 난이도 시스템이 핵심이다. 늑대인간과 고블린이 첫선을 보인다.
블리자드 팬 축제 '블리즈컨'
블리즈컨은 세계적인 게임 기업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시리즈, 여기에 ‘오버워치’ 등 자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소재로 개최하는 일종의 팬 축제다. 이 자리에는 5대양 6대주에서 블리저들이 운집하고, 이에 호응하듯 블리자드는 현재 착수하고 있는 차기작이나 기존 라인업의 확장팩, 향후 제작 방향 등을 소개한다. 지난 2014년 블리즈컨에서는 ‘오버워치’가 처음 발표됐고, 블리자드의 모바일 처녀작 ‘디아블로 이모탈’ 역시 2018년 블리즈컨을 통해 최초로 얼굴을 알렸다. 14회차를 맞은 올해의 경우 크리스 멧젠이 직접 차기 확장팩 3종을 설명했다. 블리즈컨은 매회마다 큰 인기를 끌면서 입장권이 조기 매진되고 있다.
애너하임(미국)=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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