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만화가 따로 없다.
오타니 쇼헤이(27·LA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MLB) 새 역사를 썼다. 공식적으로 투타 겸업에 나섰다.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2021 MLB’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투수 겸 2번 타자로 출전했다. 한 선수가 선발투수이자 2번 타자로 동시에, 그것도 다른 포지션을 소화하지 않고 나선 것은 빅리그 역사상 세 번째다. 가장 최근은 1903년 9월 8일 잭 던리비(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다. 무려 118년 만에 진기한 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오타니는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2018년 MLB에 데뷔했다. 빅리그 첫 해부터 투타 겸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투수로 10경기, 타자로 104경기에 나섰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도 올랐다. 오타니가 MLB 정규시즌에서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도 두 차례 나선 바 있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모든 것은 오타니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럴만한 능력을 갖췄다”면서 “오타니에게 중요한 걸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렬했다.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상대를 압박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01.1마일(약 162.7㎞)까지 찍혔다. 1회 말엔 팀에 선취득점을 알리는 대포까지 쏘아 올렸다. 1사 주자 없는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상대 선발투수 딜런 시즈의 초구를 공략, 우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97마일(약 156㎞)짜리 포심을 통타했다. 시즌 2호. 비거리 451피트(약 137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홈런 타구 속도는 115.2마일(약 185㎞)로 올 시즌 MLB에서 가장 빨랐다.
문제는 5회 초. 2사 만루 위기에서 폭투로 1점을 허용했다. 4번 타자 요안 몬카다를 상대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이닝을 종료하는 듯했으나 포수 맥스 스태시가 공을 뒤로 빠뜨렸다. 그 사이 3루 주자 애덤 이튼이 홈을 밟았고 스태시의 1루 악송구가 더해지면서 2루 주자 호세 아브레유까지 들어왔다. 설상가상 오타니는 부상까지 당했다. 홈으로 백업을 들어왔다가 1루수 자레드 월시의 높은 송구를 잡는 과정에서 아브레유 슬라이딩에 걸려 넘어졌다. ESPN 버스터 올니 기자에 따르면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재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이날 오타니는 투수 4⅔이닝 동안 2피안타 5볼넷 7탈삼진 3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타자로는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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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오타니가 본격 투타겸업에 도전한다. 공을 체크하는 오타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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