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아쉬웠지만 소득도 확실했다.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의 가을 축제가 막을 내렸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LA다저스와의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6차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2승4패를 기록, 첫 우승반지의 꿈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다. 탬파베이로선 2008년 이후 두 번째 준우승(필라델피아 필리스전, 1승4패)이다. 반면, 다저스는 오랜 한을 풀었다. 1988년 이후 32년 만에 7번째 우승트로피를 추가하게 됐다.
벼랑 끝에 몰린 탬파베이는 최지만을 선봉장으로 투입했다. 1번 및 1루수로 선발 배치한 것. 기대에 부응하진 못했다.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 한 개를 골라낸 것이 전부였다. 1회초 첫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고 5회초엔 3루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이후 7회 교체됐다. 개인 첫 월드시리즈는 타율 0.111(9타수 1안타)로 마무리하게 됐다. 전체 포스트시즌 성적은 17경기에서 타율 0.250(40타수 10안타) 10볼넷 등을 마크했다.
최지만은 포스트시즌 내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스스로도 “내 기사를 이렇게 많이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놀랄 정도였다. 언제나 유쾌하게 팀 분위기를 띄웠으며 화려한 액션으로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다. 일명 다리 찢기 호수비 또한 화젯거리였다. 주로 1루수로 나선 최지만은 동료들의 악송구를 몸을 쭉 뻗어 전부 잡아내 놀라움을 안겼다. 필라테스가 비결이라 밝힌 최지만은 “많은 사람이 나를 체조선수라 생각한다”며 껄껄 웃었다.
이날도 재밌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이날 최지만을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무거운 리드오프”라 소개했다. 최지만의 몸무게는 118㎏(260파운드)이다. 선구안과 주루 센스가 좋다. 종전 기록은 올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 아비새일 가르시아(밀워키 브루어스)가 가지고 있던 113㎏(250파운드)이었다. 월드시리즈로만 범위를 좁히면 2000년 102㎏(225파운드)의 베니 야그바야니(당시 뉴욕 메츠)가 가장 묵직한 톱타자였다.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2010년 미국 진출 이후 10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한국인 선수로서는 김병현(2001,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 박찬호(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 류현진(2018년, 다저스 소속)에 이어 네 번째다. 심지어 야수 중에선 최초였다. 선발 출전해 안타를 때리고 득점을 새기는 여정 모두가 역사였던 셈이다. 비록 왕좌까지 오르기엔 한 끗이 부족했지만 최지만이 보여준 가능성은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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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최지만의 가을야구가 끝났다. 비록 우승반지를 끼진 못했지만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등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사진은 경기 중인 최지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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