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스페인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일 동갑내기 미드필더들이 상반된 행보다. 이강인(발렌시아)은 제자리걸음인데 쿠보 타케후사(이상 19·마요르카)는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이강인과 쿠보는 공통점이 많다. 축구 변방으로 취급받는 아시아 선수로서 세계 최고 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있다. 포지션도 공격형 미드필더다. 나이도 2001년생으로 같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최근 꼽은 ‘미래 축구 스타 15인'에 함께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잠재력도 인정받는 유망주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는 온도 차가 있다. 이강인은 냉탕인데 쿠보는 온탕이다.
이강인은 현 소속팀에서 뛰질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총 20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출전 시간으로 보면 570분. 주로 교체로 뛰었다. 공격포인트도 1득점 하나다. 쿠보는 날개를 폈다. 리그와 컵 대회를 포함해 32경기를 뛰었고 출전 시간은 2105분이나 된다. 그 사이 3골 5도움을 기록했다. 출전 자체를 기뻐해야 하는 이강인과는 달리 팀 중심에서 공격을 지휘하는 에이스 역할도 도맡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두 선수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같은 유망주지만 분위기가 다른 데는 ‘뛸 수 있는 환경’의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쿠보의 원소속팀은 레알마드리드다. 스페인을 넘어 전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불리는 팀이다. 재능은 확실하지만 아직 세계적인 선수들과 견주기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한 쿠보는 마요르카로 임대 이적을 했다. 뛰기 위한 선택이었다. 신의 한 수가 됐다. 쿠보는 꾸준한 출전으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강인은 그렇지 않았다. 2019∼2020시즌 전 이적 혹은 임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종 선택은 잔류였다. 발렌시아에서 생존 경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발렌시아의 벽은 이강인에게 너무 거대했고 출전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뛰질 못하니 성장세가 정체돼 있다. 다행히 기회는 열려 있다. 아직 약관의 나이도 되지 않았고 오는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임대 이적을 추진 중이다. 원하는 팀도 많다. 이강인도 쿠보처럼 뛰면서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은 충분하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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