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3개월차를 맞으며 여행업계는 더 이상 받을 타격도 없을 정도로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업계는 이번 사태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썰렁한 공항 국내 이용객 90% 급갑… 항공사는 ‘파산 위기’
WHO(세계보건기구)가 판데믹을 인정함으로써 국가 간 이동이 사실상 봉쇄됐다. 이와 관련 평소 1일 평균 18만~22만명 규모였던 인천공항 출국객수는 지난 18일 기준 1만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인천공항뿐 아니라 전국 공항의 2019년 하루 이용객은 19만 명이었지만 올 3월 들어서는 1만6000명에 그쳤다. 약 90% 급감한 수치다.
또 3월 둘째 주 기준,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승객수는 92%나 줄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6월까지 국내 항공사들의 매출 피해는 6조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항공사 대부분의 문제이며, 5월 말쯤에는 파산하는 회사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항공업계를 대상으로 항공기 주기료·착륙료를 면제 또는 감면해 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행사, 3월 해외여행 신청 ‘0건’ 현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업계 1·2위 하나투어·모두투어도 고전하고 있다. 업계 1위 하나투어의 2월 해외여행 수요는 4만9000여건으로 2019년 동기간 대비 84.9% 줄었다. 3월 들어서는 18일 기준 2019년 동월 대비 99% 감소했다. 모두투어도 같은 상황이다. 2월 해외여행은 3만7000여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 급락했고 3월에는 더욱 심각해졌다. 모든 중국여행 상품이 중단되고, 2019년 하반기 이후 일본 대체 여행지로 부상하며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던 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지도 70%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들 회사는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을 정도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관련 현황을 밝혔는데, 지난 13일 기준 여행업 관련 회사 2009곳(15.2%)에서 지원금을 신청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297개 여행사가 신청했던 것에 비하면 6.8배 많다.
대형 여행사들은 이같은 정부 지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오는 여름 성수기까지 불황이 계속되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 하나투어·모두투어는 각각 주3일 근무제와 전 임직원 대상 2개월 유급휴직제도에 나서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자연스럽게 매출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김현용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의 1분기 영업손실이 평균 14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유추된다”며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업체는 말할 것도 없다. 여행업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여행·관광 인프라 붕괴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한 달 동안 폐업한 여행사는 110여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매일 3곳 이상의 여행사가 문을 닫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여행산업 종사자는 전체 고용 인구의 3% 수준인 83만 명이 넘는다. 산업 규모는 약 73조에 달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여행업에 몸담으며 크고 작은 사건을 겪었다”며 “예컨대 IMF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는 “IMF 당시에는 전염병 문제가 아니었던 만큼 부유층은 꾸준히 여행을 다니거나 출장에 나서는 만큼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며 “메르스 때에도 한달 정도 힘들다가 회복세에 들어섰는데, 이번엔 회복이 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래픽뉴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국내 20개 업종별 매출 상위 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1월 20일과 3월 20일 주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00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지난 20일 기준 629조원으로 집계돼 국내에서 확진자가 처음 나온 1월 20일 859조원보다 226조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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