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저를 웃게 하는 힘이죠.”
12월은 야구인들의 결혼 성수기다. 삼성의 좌완 투수 백정현(31)도 2일 3년 열애의 결실을 본다.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든 선수로 유명하지만, 신부와의 첫 만남부터 만남을 주선했던 ‘선배’ 윤성환, 같은 날 화촉을 밝히는 후배 외야수 김헌곤의 뒷이야기를 전할 땐 웃음이 가득했다.
알려진 대로 동갑내기 신부 김주은씨는 윤성환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만남의 시작은 3년 전 스프링캠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즌을 준비하던 백정현은 윤성환과 숙소 룸메이트였다. 백정현은 “정식으로 소개를 받아 만난 것은 아니다. (윤)성환이형은 오키나와를 찾았던 지인들에게 날을 잡아 저녁 식사를 대접해주고자 했다. 숙소에 나를 혼자 두기 민망했던 성환이형은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 데려갔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꺼리는 터라 나서기 싫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자리에 가길 정말 잘했다”며 웃었다.
이후 한국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현재까지 만남을 이어왔다. 김 씨의 직장이 서울에 있고, 백정현이 대구를 연고로 한 구단에 몸담고 있어 ‘장거리 연애’가 불가피했지만,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백정현은 “야구선수의 삶을 잘 이해해줄 뿐만 아니라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결정적으로 밝은 기운을 가지고 있어 같이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는 사람이다”며 신부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언제나 웃음을 안겨줬던 김 씨를 향한 확신 속에서 백정현은 1년 전부터 결혼식 날짜를 잡아뒀는데 김헌곤도 같은 날 백년가약을 맺는다. 백정현은 “12월에 결혼식이 많아 (김)헌곤이가 결혼식 날짜로 스트레스가 많았다. 고민 끝에 시간대를 달리해 같은 날 식을 올려도 되는지 물어왔고, 흔쾌히 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가 1시간 30분 간격을 두고 결혼식을 올리게 된 이유다.
결혼식을 올린 뒤 약 2주간 노르웨이와 페로제도로 신혼 여행을 떠나는 백정현은 대구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서로 일터가 달라 신혼임에도 당분간은 ‘주말 부부’로 지내야 하지만, 서운함은 없다.
“걱정은 안 돼요. 그동안 저를 100% 이해하고 지지해줬기에 행복하게 만나왔어요. 지금까지 장거리 연애도 잘 해왔듯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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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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