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구 삼성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7회말 시작 전 포수 양의지를 불러 혼을 냈다. 양의지는 고개를 숙이고 감독의 질책을 들었다. 이 장면이 TV 중계화면에도 잡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7회초 1사 타석에 선 양의지는 바깥쪽으로 빠졌다고 생각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불만을 표시했다. 결국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돌아오면서 방망이를 신경질적으로 던지는 등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리고 7회말 등판한 곽빈이 연습투구를 했고 양의지는 바운드된 공을 받지 않고 살짝 피했다. 뒤에 있던 정종수 주심은 깜짝 놀라 피했고 다행히 공은 다리 사이를 빠져나갔다. 언뜻 보기에 판정에 불만을 가진 양의지가 고의적으로 공을 빠뜨려 심판을 맞추려한 것처럼 보였다. 주심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그때 김 감독이 양의지를 큰 소리로 불러 혼을 냈다. 경기 후에도 김 감독은 선수단을 집합시켜 스트라이크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말고 냉정하게 대처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바깥쪽 스트라이크 판정이 후해졌다. 이 점을 선수들이 알아야하다. 우리에게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팀에게도 마찬가지”라며 ”그런데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니 손해본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양의지 뿐 아니다. 앞선 타석에서 김재환도 생각지 못한 공이 스트라이크 콜을 받자 배트로 타석을 여러차례 긁는 행동을 하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이때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한 김 감독은 양의지마저 이런 행동을 보이자 불같이 화를 낸 것이다. 김 감독은 “심판도 사람이다. 그런 행동은 곧 감정적으로 만든다. 선수들이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혼이 난 양의지는 경기 후 SNS 메시지로 다시 한번 감독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했고 김 감독은 “괜찮다”며 V자를 그리고 있는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답장했다. 양의지의 메시지를 본 김 감독은 슬쩍 취재진에 보여주면서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심판진과의 마찰을 염려한 김 감독은 오히려 자신이 해당선수를 질책하면서 분위기를 가져갔다. 심판도 양의지가 앞에서 욕을 먹고 있으니 대응하기도 애매했다. 김 감독의 노련함이 빛난 일화가 됐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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