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중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종목이 유일하게 있었는데요. 바로 남자 축구였습니다. 국영방송인 CCTV에 별도의 채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도 축구 인기는 상당합니다만,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자국 축구대표팀의 성적은 아시아권에서도 중위권 정도에 불과한 게 사실이죠. 이번 올림픽대표팀은 개최를 확정한 직후 부터 장기간 계획을 세워 운영했지만 성적은 결국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 최약체 뉴질랜드에 끌려다니다 1-1로 비겼고, 벨기에 전에선 주장 정즈를 비롯 두 명이 상대 선수를 가격하다 퇴장당하는 등 최악의 졸전 끝에 0-2로 패했습니다. 브라질에겐 0-3 완패. 이 때문에 벨기에전 직후 중국의 ‘신경보’는 “방송국은 더 이상 남자 축구를 틀지 말라”, “중국의 수치다”, “중국 여자대표팀이 나가도 이보다는 잘 할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혹평을 곁들어 중국 축구계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중국인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인물이 나타났는데요.
바로 2002한일월드컵에서 중국을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입니다. 축구 감독들이 파리 목숨처럼 잘리는 중국이지만 그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좋다는 게 중국 기자들의 평입니다.
18일 메인프레스센터는 밀루티노비치에 대한 향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가 나타나자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기 위해 중국인들이 몰려들었고, 기자들과 장시간 인터뷰까지 하는 사태로 번졌습니다. 지금 중국 축구대표팀 자리가 비어 있는데 공교롭게 밀루티노비치도 ‘무직’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다시 그가 대표팀을 맡아 중국 축구를 살릴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합니다. 올림픽을 핑계 삼아 적재적소에 등장한 밀루티노비치. ‘축구 못하는’ 부끄러움을 면하고픈 대륙인들의 열망을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스포츠월드 김현기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