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증명해야 한다.”
외야수 이정후는 지난해 도전을 꾀했다.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의 대형계약을 맺었다. 붙박이 1번 타자로 낙점 받는 등 큰 기대를 받았다. 악재를 만났다.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였다. 1회 초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펜스와 강하게 부딪혔다.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조기에 시즌을 마무리했다. 37경기서 타율 0.262, 2홈런 8타점 등을 올렸다.
올해는 달라야 한다. 건강한 몸으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현지 매체의 시선도 마찬가지. MLB닷컴은 12일 ‘증명해야할 게 남은 자유계약선수(FA) 2년차’ 10명을 조명했다. 이정후는 5번째로 이름이 불렸다. MLB닷컴은 “샌프란시스코는 올 겨울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와 자유계약(FA)을 체결(7년 1억8200만 달러)함으로써 라인업을 일부 보강했지만, 팀이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이정후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리드오프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주길 바라고 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정교한 타격을 자랑했다. 7시즌 동안 1군 통산 타율 0.340을 때려냈다. 표본이 큰 것은 아니지만, 빅리그에서도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펼쳤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부상 전까지 헛스윙 비율 9.6%, 삼진 비율 8.2%를 기록했다. 스퀘어드-업(Squared-up Rate·타격했을 때 가능한 타구 속도의 최소 80%에 도달한 비율) 비율도 37.1%”라며 자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결과로 드러나진 않았다. 일종의 적응기가 필요했던 데다 시즌 초반 전력에서 이탈한 부분이 크다. 좀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평균치를 찾을 듯하다. 일례로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의 성적 예측 시스템인 스티머(steamer)는 이정후의 2025시즌 성적을 굉장히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완주한다는 전제 아래, 143경기에 나서 타율 0.294, 14홈런 63타점 89득점 63타점 등을 마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시, 출발선 위에 선다. 이정후는 13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한다. 목적지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다. 당초 12일 비행기로 LA로 이동한 뒤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장소인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LA 지역 산불이 도시 전역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 LA 공항 항공편도 결항과 지역이 속출하면서 이정후의 출국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속사는 “LA 현지 상황이 좋지 않아 선수 안전상의 이유로 출국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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