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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거신 전화는’ 유연석 “로맨스 붙는 순간 ‘게임 끝’이라 생각했죠”[스타★톡톡]

입력 : 2025-01-11 06:30:00 수정 : 2025-01-11 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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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남주’를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게 될 줄이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로맨스소설 속 남주가 눈앞에 나타났다. 배우 유연석이 연기한 ’지금 거신 전화는’의 백사언이다. 

 

지난 4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동명의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 드라마다.

 

극 중 유연석은 최연소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 역을 맡았다. 백사언은 차갑고 냉철하면서도 차가운 말투와는 전혀 다른 걱정스러운 눈빛과 배려로 츤데레의 면모를 드러낸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후에는 한없이 다정한 사랑꾼으로 변신하는 등 까면 깔수록 새로운 ‘양파 같은’ 얼굴을 보여줬다. 

‘운수 오진 날’ 세계관에 푹 빠져있던 그는 촬영 중 ‘지거전’ 출연을 제안받았다. 납치범 혁수(‘운수 오진 날’ 캐릭터)에 빗대어 초반부 대본만 보고 협박범과의 스릴러물로 해석했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백사언은 말 그대로 ‘로맨스 소설 속 완벽남’이었다. 유연석이 “예전에 봤던 실장님 캐릭터 같이 느껴졌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평면적 인물일 것 같아 끌리지 않았지만, 회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저는 스스로 말도 느리고 둥글둥글 부드러운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약간은 날이 선 인물을 연기하는 걸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시크한 면이 있는 구동매(‘미스터 선샤인’), 강동주(‘낭만닥터 김사부’)가 좋았나 봐요. 백사언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님을 만나서 그리려고 하는 사언의 모습을 듣고 나니 끌렸어요. 감춰져 있다가 양파처럼 한 겹씩 벗겨나갈 수 있는 캐릭터 같았죠. 한 남자의 지독한 순애보를 다루는 로맨스는 공감대를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팬분들은 ‘현실판 구동매’ 같다고 해주셨어요. 안 했으면 어떡할 뻔했을까요.(웃음)”

 

백사언의 ‘알려줘. 너를 미워할 수 있는 방법.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낯간지러운 대사도 받아들일 만큼 시청자는 이미 ‘지거전’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었다. 시작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초반부엔 백사언의 톤앤매너를 잡는 것조차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이게 로맨스신인지 스릴러신인지 헷갈렸다. 위트를 섞어야 하나? 희주는 어설픈데 나는 절박하고,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니 혼란스러웠다”고 돌아본 유연석은 그럼에도 “믿었던 건 ‘로맨스가 붙는 순간 게임 끝’이라는 생각이었다. 사언의 전사가 드러나면 이 부부를 응원해줄 거라 믿었다. 중반부터는 탄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평소 웹소설이나 로맨스 소설을 즐겨 보지도 않았기에 대본 속 백사언의 모습을 보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냉랭한 신을 찍다가도 ‘이게 보통의 남자들이 하는 말인가?’싶은 대사가 따라왔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돌입하니 마음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나한테 벌주는 거야’라는 대사도 결국 죄책감에서 오는 대사다. 내가 그 감정에 빠져 있다 보니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며 “소통의 부재를 겪는 부부, 아닌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를 굉장히 사랑하는 남편이 뱉어주는 달콤한 말들이 인기의 이유였던 것 같다”고 바라봤다. 

 

‘아나운서 출신 대변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MBC 아나운서국을 통해 기본기를 배웠다. 다만 선택적 함묵증에 걸린 희주(채수빈)과의 소통에선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연기는 액션과 리액션인데, 나는 대사를 하고 상대는 수어로 연기하니까 같이 찍어도 독백하는 기분이 들었다. 시청자가 지루해하면 어쩌나 싶어 고민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초반 쇼윈도 부부를 연기하며 사언과 희주가 맞붙는 장면도 많지 않았다. 같이 촬영이 있는 날은 녹음해서 대사를 보내주기도 했다. 통화 신들에 미묘한 감정들이 드러나야 했기 때문에 더 공들여 촬영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특히 희주를 찾아다니는 절박한 사언의 절규가 그려진 6화, 납치된 아내를 공개하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여는 10화 엔딩은 유연석의 연기 내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기자회견 장면에 앞서 신의 의도와 방향성이 담긴 작가의 문자를 받았다. 유연석은 ‘대통령실 대변인’이 아닌 ‘인간 백사언’, ‘남편 백사언’으로 그 자리에 섰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호소를 전달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실종자의 기자회견들을 참고했다. 그는 “국가도 다르고 각자 처한 상황과 직업들도 다른데, 한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내 사람을 제발 찾아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은 하나더라. 그렇게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평소엔 오른손으로 전화를 받지만 극 중에선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왼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매개였던 ‘전화’를 할 때마다 결혼반지가 반짝였고, 시청자들이 백사언을 ‘앓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백사언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위해 체중도 신경 썼다. 뮤지컬 ‘헤드윅’을 위한 체중 감량이 ‘지거전’까지 이어졌다.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이미지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찔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샤프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고 했다. 

 

반려견 리타의 깜짝 출연도 화제였다. 유기견 센터에서 리타를 입양한 유연석의 사연은 ‘유퀴즈’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시청자에게 이미 알려진 리타의 등장은 시청자에게도 특별한 재미를 줬다. ‘큰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대본상의 설정에 제작진도 리타를 떠올렸다. 유연석은 “리타 공주에서 조심히 물어보고 목욕도 시켜서 출연했다. 간식 보상도 조금 받고, 내가 따로 챙겨주기도 했다. 그날은 일일 매니저로 열심히 촬영했다”고 엄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완벽한 연기를 펼쳐주셨는데, 본방에는 엉덩이만 나오더라. 바스트를 편집하셨다. 매니저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웃음을 자아냈다. “리타공주의 바스트를 안 쓰다니 본 방송을 보면서 실망했다. 용납할 수가 없다”고 재차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 돼 두 차례 결방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5%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고정 시청 층을 바탕으로 입소문을 탔고 구원 서사가 무르익으면서 시청률 상승세는 계속됐다. 최종회는 8.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시청자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돼 첫 방영 후 전 세계 78개국 넷플릭스 톱10(TV쇼 비영어 부문)에 올랐고, 지난달 첫 주 넷플릭스 글로벌 전체 2위까지 올라섰다. 유연석은 “잠시 잊혔던 츤데레 순애보의 사랑 이야기에 해외 팬들이 반응한 것 같다. 한국말로 들었을 때는 오글거린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들의 언어로 더빙되었을 때는 굉장히 달콤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전달력이 더 좋아졌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MBC에서는 냉미남 백사언을 연기하고, SBS에서는 ‘틈만 나면’으로 친근한 예능인의 면모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재석이 형과 호흡할 기회가 언제 또 오겠나’하는 생각에 ‘틈만 나면’에 합류했고, 두려움보다는 도전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이제는 시청자도 예능 때문에 작품에 몰입을 방해받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강조하며 “작품 완성도만 있다면 좋게 봐주시는 것 같고, 나의 새 매력도 찾아주시는 것 같다. 내 얼굴의 양면성 쌓아가려 했는데, 이번 기회로 자연스러운 모습 자체의 매력도 봐주신 거 같다. ‘호감도가 올라갔다’는 댓글도 봤다.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한 한 해였다”고 2024년을 돌아봤다.

 

바쁜 일정 탓에 ‘지금 거신 전화는’을 촬영하며 되레 지인들의 전화는 받지 못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유연석은 “특별 출연 중인 작품 촬영이 끝나면 여행을 가고 싶다. 지난해 쉼 없이 달리다 보니 틈이 안 났다. 친구들과 만나고, 가족 여행도 계획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 앞서 오는 18일 팬미팅 ‘더 시크릿 코드 : 와이(The Secret Code : Y)’ 서울 공연으로 팬들과 직접 만남을 가진다. 이 자리에서 뮤지컬 넘버 뿐 아니라 ‘지거전’ OST ‘세이 마이 네임(Say My Name)’도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향후 아시아 팬미팅 투어가 열리며 이번 작품으로 특히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남미 팬미팅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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