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또 아프다.
프로농구 KCC의 발걸음이 무겁다. 아직까지 2025년 승리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현대모비스전부터 직전 경기인 6일 삼성전까지 5연패 늪에 빠졌다. KCC의 연패 숫자가 5까지 늘어난 것은 2023년 1월 이후 706일 만이다. 시즌 성적 10승16패. 승패마진이 –6까지 처졌다. 전체 7위. 플레이오프(PO) 막차를 탈 수 있는 6위 DB(13승13패)와도 3경기 차이다. 아직 시즌 중반이라고 해도 격차가 벌어지면 어렵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부상 악재다. 완전체를 본 기억 자체가 희미하다. 포워드 송교창이 무릎 연골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가운데 포워드 최준용, 가드 정창영 또한 각각 발바닥, 무릎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설상가상 ‘에이스’ 가드 허웅까지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그간 좋지 않은 몸 상태에서도 투혼을 발휘해왔으나 결국 탈이 났다. 자기공명검사(MRI)서 종아리 파열 진단을 받았다. 전창진 KCC 감독은 “코치들이 시합을 뛰어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가 있을까. 핑계를 대자면 끝도 없다.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인 KCC는 시즌을 마친 뒤에도 각종 우승행사 및 인터뷰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지난해 6월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챔피언스리그 아시아 대회에 KBL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다른 팀들도 늦은, 7월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한 배경이다. 시즌 중 진행되는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역시 피로도를 가중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외인 쪽에서도 물음표가 붙었다. 이번 시즌 새롭게 1옵션으로 품은 디온테 버튼이 좀처럼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것. 24경기서 평균 26분28초 동안 뛰며 16.4득점 7.6어시스트 등을 기록 중이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치다. DB 유니폼을 입고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던 2017~2018시즌(평균 31분5초 출전, 23.5득점, 8.6리바운드)와도 차이가 꽤 있다. 엇박자다. 득점력 자체는 좋지만 기복이 큰 데다 팀워크보다는 개인 기량에 치중하는 경향이 보인다.
수장은 고개를 숙였다. 전 감독은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다. 변수가 적을수록 상위권에 있을 수 있다. 지금도 보면, 몸 관리, 하계 훈련 등을 철저히 한 팀들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 않는가”라고 운은 뗐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이 부상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돼 있다는 것이다. 외인 선발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각각의 성향이나 기량, 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부분들을 더 준비했어야 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반성했다.
KCC는 지난 시즌 ‘슈퍼팀’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최근 몇 년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큰 손을 발휘, 전력 보강에 힘썼다. 2022년 허웅, 포워드 이승현, 2023년 포워드 최준용 등을 영입했다. 국가대표급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한 배경이다. 정규리그서 살짝 엇박자를 내기도 했지만 봄 농구서 진가를 드러냈다. 또 한 번,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전 감독은 “많은 분들이 얘기를 하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단 PO를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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