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일들로 평년 같지 않은 연말연시였습니다. 부디 2025년에는 무탈하게 큰 사고 없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12월 말 저는 오랜만의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저희 부모님은 딸 다섯을 모두 데리고 방학이면 꼭 여행을 다니셨는데요. 이번에는 결혼해서 각자의 가정이 있는 오 자매의 모든 가족구성원이 모여서 여행을 갔습니다. 워낙 흩어져서 살다 보니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이렇게 간 여행은 처음이네요. 막내는 영국에서, 둘째는 호주에서 각각 인천공항으로 도착했습니다. 제게는 6명의 조카가 있는데요. 대학생인 큰 조카의 여행길에 여자친구까지 동행했습니다. 아버지는 호주인, 엄마는 이탈리아인인 그녀에게도 한국은 꼭 와고픈 여행지였나 봅니다. 이렇게 모인 인원이 17명. 장소는 제주도. 그리고 숙소는 7월에 커다란 집으로 예약해놓았습니다. 인원이 10명이 넘다 보니 어떤 관광지는 단체요금할인도 해주더군요.
외국에서 온 동생가족들은 제주가 처음인지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가능한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했습니다. 시장에 펼쳐져 있는 온갖 스트릿 푸드들을 신기해하며, 기념품들을 사더군요. 저는 제주도민도 아니지만, 제주도는 언제라도 갈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하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온전한 관광객인 동생들이 저보다 훨씬 더 제주를 만끽하고 있더군요. 감귤 모자에 감귤 털 귀마개, 감귤 잠옷까지, 심지어 막내는 할머니 조끼를 7000원에 득템했다며 좋아했습니다. 제게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그 조끼가 빨간 머리 막내에게는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저희 조카들은 큰조카만 대학생이고요, 다른 조카들은 초4부터 고2까지 있는데요. 제 눈에는 모두 귀여운 녀석들이 아직까진 말들을 잘 들어서, 저녁엔 조카들을 모아놓고 장기자랑까지 볼 수 있었네요. 저도 어릴 때 어른들이 그런 것 시키면 참 귀찮아했던 것 같은데.. 제가 어른이 되어서는 조카들에게.. 다행히 제 조카들은 저보다는 착해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태권소년소녀부터 춤 노래까지. 그 덕분에 온 가족이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천지연 폭포 앞에서는 엄마와 이모들처럼, 똑같은 포즈의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네요.
연말연시는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 보내게 되는 시즌인데요. 슬픈 사고로 가족을 잃으신 분들께 위로를 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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