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도 없는데, 노력도 안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운영위원회에 대한 법원의 평가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잠정적으로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7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일이 잠정 연기됨을 알려 드리며 추후 일정이 수립되는 대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연기 이유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선 허정무 후보가 제출한 선거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허 후보는 서울중앙지법에 축구협회 회장 선거 진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문제는 축구협회가 협회장 선거 일정을 불공정하게 진행했으며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또한 선거인단이 194명에서 173명으로 줄어든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이 허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7일 허정무 후보가 사단법인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선거의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거에는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축구협회는 선거를 관리·운영하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아 선거의 선거일 무렵까지 위원회가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에 부합하게 구성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인단 194명 중 80%를 초과하는 160명이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추첨으로 구성되고 선거인단 추첨의 공정성·투명성이 채무자의 회장 선출에 회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한 핵심적인 부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투명성도 문제였다. 재판부는 “축구협회는 선거인단 추첨 당시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 후보자나 대리인이나 중립적인 제3자를 참여시키는 등으로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실제 선거인단 추첨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무능력한 선거운영위원회가 문제다. 재판부는 “선거인으로 추첨된 회원들 중 21명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동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거인에서 배제했다”며 “개인정보 동의를 받을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인을 보충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194명으로 구성돼야 했던 선거인은 그보다 약 10%가 적은 173명으로 구성됐다”고 꼬집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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