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 기본적인 건강검진만 받는 데 그치지 말고 성별과 연령에 따른 주요 질환을 고려한 맞춤 검진을 진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실제로 연령과 성별, 직업에 따라 발병 위험이 높은 질환은 각기 다르다. 가령 여성에게는 유방암, 남성에게는 심혈관질환이 주요 위협으로 꼽힌다.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산중앙병원 조현진 외과 과장과 백은지 내과 과장으로부터 각 질환의 특징과 예방법,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여성암 1위, ‘유방암’… 0기 발견시 5년 생존율 98%
국내 여성에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암은 유방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연간 유방암 신규 환자는 약 2만명을 넘으며, 특히 40대 여성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여성 25명 중 1명이 유방암에 걸린다는 의미다.
다행인 것은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그렇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조현진 외과과장에 따르면 유방암 초기 단계인 0기의 5년 생존율은 98%에 달하지만, 말기인 4기에서는 34%로 떨어진다.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절대적인 이유다.
유방암 검진에는 유방촬영술(X-레이)과 유방초음파가 활용된다. 유방촬영술은 미세석회화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며, 유방초음파는 종양의 형태와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는 “동양 여성의 경우 치밀유방이 많아 일반적인 촬영술만으로는 병변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두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추천된다”고 조언했다.
유방암 검진은 만 40세 이상 여성이라면 2년에 한 번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로 유방촬영술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도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20~30대라도 고위험군이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양성 종양이 발견된 경우 매달 자가진단을 시행하고 필요시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자가진단은 월경이 끝난 직후 유방이 가장 부드러울 때 손가락으로 유방과 겨드랑이를 촉진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가슴 멍울이 느껴진다면 유방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조현진 외과 과장은 “유방암 유전적 요인이 있는 고위험군은 더욱 적극적인 검진이 필요하다”며 “가령 BRCA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유방촬영술과 초음파 외에도 MRI 검사를 병행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남성, 심혈관질환 예방은 생활습관 개선부터
심혈관질환은 남성에게 특히 위험한 만성질환이다. 심혈관질환은 심장과 혈관에 발생하는 질환을 총칭한다. 대표적으로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중풍), 동맥경화 등이 포함된다. 이 질환들은 심장과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기능 장애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2021년 심근경색증 발생 건수는 남성이 2만5441건으로 여성보다 약 3배 높았다.
심혈관질환은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등의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업무를 하며 야근, 야식, 담배를 피우다 보면 심혈관 건강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백은지 내과 과장은 특히 ‘흡연’을 심혈관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해다. 그는 “담배 속 니코틴과 일산화탄소는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동맥경화와 혈전을 유발한다”며 “이로 인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은 흡연이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더 높인다”고 지적했다.
심혈관건강 관리의 기본은 올바른 식단 관리에 있다. 질환 예방을 위해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대시(DASH,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처음 소개된 이 식단은 채소, 과일,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생선, 견과류 등을 중심으로 꾸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에 따르면 이 식단은 수축기와 확장기 혈압을 낮추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운동 역시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실천하면 심폐지구력을 높이고 체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 시간을 10분 단위로 나눠 여러 번 실천하는 것도 부담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유방암과 심혈관질환은 조기 검진과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백은지 과장은 “정기검진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특히 겨울철에는 심뇌혈관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만큼 자신의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질환 예방의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이어 “새해를 맞아 건강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면, 장기적인 건강 관리는 물론 삶의 질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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