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경기,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상대로 접전을 펼쳤다. 한국 농구 국가대표팀이 21일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86-78로 이겼다. 3쿼터까지만 해도 58-63으로 열세에 놓였지만, 4쿼터(28-15)에서의 선전 덕분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고전이 거듭됐다. 3점 슛 성공률(24.3%)도 내내 좋지 못했다. 37차례 시도해 림을 통과한 건 단 9번에 불과했을 정도다. 턴오버도 16차례로 인도네시아(12개)보다 많았다. 다행히 높이를 앞세워 경기 흐름을 재차 가져올 수 있었다. 총 50개의 리바운드를 챙긴 가운데 32개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보다 압도적인 수치를 마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조하니스 위나르 감독 역시 “경기 시작 전부터 한국의 빠른 템포과 슈팅 능력을 제어하는 게 이번 경기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경기 초반에 잘 풀어가는 듯했지만, 결국 리바운드를 많이 뺏긴 게 패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시아 최강 전력인 한국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친 점에서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수훈선수로 선정된 안영준(SK)은 22분10초를 뛰어 12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1블락을 기록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준비 기간이 짧긴 했지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오늘 경기에서 잘못된 부분은 다시 살펴보고, 좋았던 점은 더 살려서 호주전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날 인도네시아전 승리를 거머쥔 안준호 농구대표팀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오늘 경기 총평은?
선수들의 마음이 너무 앞서지 않았나 싶다. 시종일관 끌려다닌 기분이 든다. 굉장히 어려운 게임을 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막판 하나가 돼 역전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런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다음 경기인 호주전까지 잘 정리정돈해서 팬들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Q. 지역방어를 활용한 게 돋보였다. 호주전을 대비한 전술이었나.
맞다. 또한 이종현의 큰 키(203㎝)를 활용하려고 했다. 맨투맨보다는 지역방어가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음 호주전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다.
Q. 외곽 슛에서 정체된 모습을 남기면서 어려운 승부가 계속됐다.
오늘 3점 슛 성공률이 24.3%에 그쳤다. 지난 대표팀 경기에서도 아마 가장 낮은 수치일 듯싶다. 결국 슛 셀렉션이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원활한 볼 공급으로 좀 더 좋은 기회에서 슛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주전을 앞두고 공부가 많이 됐다.
Q. 벤치 운영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고민스러운 게 있었다. 오늘 상대가 비교적 전력이 약한 팀인 것을 고려해 호주전을 대비한 전술을 실험하고자 했다. 그게 뜻대로 안 됐다. 여유로운 경기를 하지 못했고, 쫓기는 경기를 하다보니 중요한 기회를 계속 놓친 게 아쉽다.
Q. 이현중(일라와라)의 향후 활용 방안은?
김종규(DB), 하윤기, 문정현(이상 KT) 등 장신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다. 그러면서 대표팀 제공권이 약해졌다는 점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현중이의 경우, 높은 신장(201㎝)에 기동력까지 겸비해 상황에 따라 2번(슈팅가드), 3번(스몰포워드), 4번(파워포워드) 등을 오갈 수 있도록 주문했다. 그래서 오늘 아무래도 (선수가) 혼란스러움을 느낀 감도 있다.
Q. 오늘 경기 실책이 잦았다.
경기를 앞두고 ‘인도네시아도 훌륭한 팀이니까 존경심을 갖고 방심하지 말자’고 했는데,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전했다. 그래서 선수들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고, 볼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그럴 때일수록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줘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호주전을 앞두고 전화위복으로 삼겠다.
고양=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