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해프닝이 일었다.
프로야구 삼성이 9년 만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진출에 도전하는 무대. 박진만호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2024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이 영광의 순간이 되길 기도한다. 대구 1∼2차전을 모두 승리로 빚고 나선 서울 원정이다. 사령탑은 “빨리 끝내야 KS를 가더라도 체력 안배, 투수 휴식에서 도움이 되는 법”이라며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쉽지는 않다. ‘캡틴’ 구자욱이 2차전에 당한 좌측 무릎 내측 인대 손상 부상으로 이탈했다. 팀 내 홈런 1위(33개) 없이 중요한 한판을 치러야 한다. 박 감독이 정중동의 라인업을 꺼내든 배경이다. 김지찬(중견수)-김헌곤(좌익수)-윤정빈(우익수)-르윈 디아즈(1루수)-박병호(지명타자)-강민호(포수)-김영웅(3루수)-이재현(유격수)-류지혁(2루수) 순으로 타순을 꾸렸다. 구자욱의 자리에 1,2차전 돌아가며 맹활약한 김헌곤과 윤정빈이 나란히 자리했다. 이외에는 김영웅과 이재현의 7,8번에만 소폭 변동이 있었다.
그때 변수가 발생했다. 이재현이 경기 전 훈련 도중 공을 밟아 발목을 접지르며 통증을 느낀 것. 박 감독은 “안주형이 유격수로 나선다. 타순도 6번 밑으로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언대로 삼성은 6번 김영웅(3루수)-7번 강민호(포수)-8번 류지혁(2루수)-9번 안주형(유격수)의 타순을 준비했다.
질의응답이 한창인 그때, 삼성 관계자가 다시 인터뷰실을 찾았다. “이재현이 괜찮아졌다”는 소식이었다. 짧고 굵은 보고를 받은 박 감독은 이내 라인업을 되돌렸다. 그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이재현이 최종적으로 괜찮다고 한다. 원래 라인업대로 간다. 본인이 처음에 어렵다고 했는데, 테스트했더니 다시 괜찮다고 한다”고 전했다.
천만다행의 상황이다. 앞선 2경기 8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이재현은 정규시즌 14홈런을 터뜨릴 정도의 한방을 갖춘 타자다. 유격수로서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대구에서도 호수비로 팀 분위기를 책임진 바 있다. 박 감독이 “30분 차이로 확 좋아지네요. 손에 땀이 다 납니다”라고 함박웃음을 띄워보낸 이유였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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