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최고의 가을이, 다른 이에겐 쓰라린 가을이 될 전망이다. 부담감을 짊어지고 두 청년이 마운드에 오른다.
프로야구 LG와 KT가 벼랑 끝에서 마지막 승부를 치른다.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5차전이 11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다. 2, 3차전은 LG가 웃었으나, 1, 4차전은 KT가 미소를 지었다. 특히 4차전에서 KT는 가을야구 연장 욕구를 불태우며 치열한 11이닝 승부 끝에 6-5로 승리, 시리즈 전적에 균형을 맞췄다. 다가올 5차전, 이 한 경기로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진출 팀이 가려진다. 누군가의 가을야구에는 마침표가 찍힌다. 선발로 나서는 LG 임찬규와 KT 엄상백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선발 리턴 매치다. 지난 6일 준PO 2차전에서 임찬규와 엄상백은 나란히 선발 투수로 나섰다. 임찬규가 활짝 웃었다. 5⅓이닝 7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며 데뷔 14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첫 선발승을 기록했다. 반면 엄상백은 4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4실점을 범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은 2차전과는 다른 결과를 예고한다. 팀에게도 중요한 일전이지만, 자신에게도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리그 전체적으로 선발 투수는 귀한 자원으로 평가받기에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다. 전력투구를 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2차전에서의 아쉬움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엄상백은 올해 정규리그 29경기에서 156⅔이닝을 던져 13승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다승 3위, 탈삼진 6위(159개)에 이름을 올렸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9번 달성했다. LG를 상대로 유독 약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2경기 10⅔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8.44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KT에서 가장 믿음직한 토종 선발 자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내친김에 데뷔 첫 PS 승리까지 노린다.
임찬규는 두 번째 선발승을 그려본다. 사실 우완 투수 임찬규에게 가을은 쓰라린 계절이었다. 준PO 2차전 전까지 통산 PS 6경기서 1승1패 평균자책점 6.52에 그쳤다. 1승은 2020년 키움과 와일드카드(WC) 결정전서 구원투수로 나서 얻은 승리다. 쓴 기억이 드디어 약이 됐다. 준PO 2차전 선발 승으로 가을야구 부진의 기억을 털어냈다. “새로운 가을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대감과 자신감이 부풀어 오른다.
LG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믿음직한 카드다. 올해 정규리그 25경기서 10승6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안정감을 더했다. KT를 상대론 유독 강한 면모를 자랑했다. 4경기에 등판해 패 없이 3승 평균자책점 2.70을 마크했다. 또 한번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임찬규다.
선발 투수뿐 아니라 뒤를 이을 불펜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부하가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양 팀 사령탑들이 총력전을 예고한 만큼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계획이다. 실제로 염경엽 LG 감독은 “총력전이다. 손주영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도 준비한다”고 예고했다. KT도 휴식은 승리 다음으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5차전서 위기를 마주하면 4차전에서 52구를 던진 고영표, 35구를 던진 박영현까지 기용할 수 있다. 두 팀은 삼성이 기다리고 있는 대구행 PO 티켓을 따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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